[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 2TV '태양의 후예'가 지난 14일 마지막 방송에서 38.8%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하 동일)을 달성했다. 40%에 육박하는 기록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작품에 이름을 올렸지만, 허술한 서사와 갈수록 비중이 높아진 PPL(간접광고·products in placement)은 옥에 티로 남게 됐다.
'태양의 후예'는 지난 2월 24일 첫 방송에서 14.3% 시청률을 기록한 뒤 3월 23일 방송에서 30.4% 시청률에 올랐다. 이는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지상파 주중 드라마에서 30%대 시청률을 넘긴 수치였다. 이러한 상승세는 종영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태양의 후예'는 완전 사전 제작 드라마로 지난해 말께 모든 촬영을 마쳤다. 한국은 물론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동시에 방영됐다. 중국 아이치이에서 '태양의 후예' 누적 조회수는 100억뷰를 돌파했다. 중화권 시청자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태양의 후예' 패러디를 쏟아낼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5일 방송계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본방송, 재방송에 붙는 15초짜리 광고, 가상광고, PPL을 합한 총 수익은 12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대박'이 터진 것이다. 화제성은 물론 경제적이 측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배우 송중기의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관심이 쏠렸던 '태양의 후예'는 주인공 유시진(송중기 분) 강모연(송혜교)가 각각 군인과 의사로서의 신념으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는 관계로 극을 이끌어갔다. '닿을 듯 말 듯'한 이들의 애정 전선은 시청자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군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의 냉·온탕을 넘나들었던 서대영(진구) 윤명주(김지원)의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상사와 중위라는 계급 차이에서 비롯되는 뭉클한 장면들도 '태양의 후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였다.
10대 시절부터 티격태격한 송상현(이승준) 하자애(서정연)의 장난 가득하면서도 진지한 로맨스, 우르크에서 의사의 가치를 깨달은 이치훈(온유)와 그의 아내 장희은(조우리) 등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작품을 빛냈다.
사명감이 투철한 군인과 의사의 사랑은 '태양의 후예'의 시작점이자 끝점이었다. 그러나 특전사 대위를 태우기 위해 헬기가 옥상에 안착하고, 차가 절벽에 매달리고, 특별한 장비 없이도 지뢰밭을 통과하는 장면들은 작품의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지적됐다.
15회 방송에서 임무 수행 중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유시진이 강모연과 사막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두 사람의 극적인 재회를 위해 '전사(戰死)'라는 카드를 빼들었고, 일부 시청자들은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내가 쓴 작품 중 최고의 판타지 드라마일 것이다. 총을 든 군인, 메스를 든 의사 등 무거운 소재지만, 자기 일을 사명감 있게 열심히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행보가 최고의 판타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태양의 후예'는 군인과 의사의 직업이 가진 판타지를 선보였다. '판타지는 판타지로 봐야 한다'고 작품을 옹호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판타지가 뒤섞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미흡했고, 결과적으로 엉성한 얼개로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특정 직업군에서 나오는 환상과 주연 배우들이 연기력 때문에 이야기의 허술함은 일정 부분 가려졌지만, 국가와 생명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군인과 의사는 뻔하다 못해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직업으로 등장했다. 이 작품이 중화권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군 문화에 대한 판타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이 껑충 뛸수록 광고 시장에서의 관심도 받았다. 완전 사전 제작으로 이뤄진 탓에 후반부에는 각 장면마다 상품을 노출하는 횟수가 늘어갔다. 조심스럽게 녹아있던 PPL은 종영이 가까
어떤 작품이든 '완벽한 작품'은 없다. '태양의 후예'도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큰 성과을 거뒀지만, 섬세함은 항상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사랑을 받은 것은 동화적인 판타지를 갈구했던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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