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엔드' '은교'와는 결이 다르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식도 이전 영화들과 비슷한 듯하면서 다르다. 소재와 주제 탓이겠지만 영화 '4등'은 울림이 깊다.
과거의 경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꼭 경험하지 않았어도 주위에서 우리는 이 비슷한 일들을 간접적으로도 많이 봐 왔다(고 확신한다). 정지우 감독이 예전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던 그 이야기에 관해 들어봤다.
정지우(48) 감독은 "스포츠 인권을 다룬 영화라는 맥락을 처음부터 생각한 건 아니었다"며 "다만 폭력에 관해서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누가 누구를 때리는 것에 관대한 사회에 살고 있지 않나.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영화 제의를 받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4등'은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스포츠계 체벌이라는 문제점을 짚어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이다. 정 감독은 50여 명을 만나며 관련 취재를 오래 했다. 이름만 대면 아는 금메달리스트, 코치, 은퇴자 등등 한 다리 걸치면 소개받을 수 있는 이들을 모두 만나 실태를 들었다.
"아마 제목부터 '4등'으로 짓지 못했을 걸요? 대회 장면에서 요구하는 그들의 주장에 분명히 타협해야 했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엄마 캐릭터가 이런 식으로 유지되는 것도 부정적으로 봤겠죠. 특히 엄마들이 표 사고 봐야 할 텐데 결코 친화적으로 꾸며지지 않았으니 그분들은 싫어했겠죠. 또 솔직히 '4등이면 어때? 행복하면 그만이잖아'라는 일반적인 마무리로 하고 싶은 유혹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거짓말 같더라고요.(웃음)"
정 감독은 "때려서 각성시키고, 집중하게 해 좋은 결과가 나오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질문을 쏟아냈다. 부모 처지라면 생각이 깊어지게 하는 질문들이었다.
"습관처럼 남아있는 걸 계속 지속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 씨앗이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 영화 초반에 나온 '맞을 짓 했다'는 말에 동의하세요? 그럼 형이 동생을 때리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폭력은 쉽게 동의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