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지난해 여름. 군 전역 후 복귀작 결정에 신중을 기했던 배우 송중기는 “널리 회자되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망설임 없이 KBS 2TV ‘태양의 후예’를 선택했다. 그가 찜한 ‘태양의 후예’가 이토록 마법 같은 성과를 가져오리란 예상은 감히 하지 못한 채로.
지난 14일 종영한 ‘태양의 후예’는 엄청난 성적표를 남겼다. 최근 몇년새 지지부진했던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률을 무려 40%대 가까이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사전제작 드라마로서 첫 성공 사례로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시들했던 한류도 재점화했다.
또 ‘태양의 후예’가 보여준 신드롬급 인기의 중심에 선 송중기는 중국, 일본을 넘어(약간 과장을 보태) 지구촌이 주목하는 한류스타로 우뚝 섰다.
‘초대박’ 진급으로 명실상부 No.1 한류스타가 된 만큼 여유를 누릴 법도 하건만, 송중기는 여전히 작품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태양의 후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취재진을 만난 그는 “아직도 해보고 싶은 역할이 수두룩”이라며 ”한류스타라는 말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살아가려 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또 그는 김은숙 작가표 ‘오글 대사’에 대한 생각과 개연성-뒷심 부족 관련 지적 등 뜨거웠던 반응만큼이나 다양하게 오갔던 구설에도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송중기와의 일문일답.
▶ ‘태양의 후예’를 끝낸 소감은?
“드라마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기자분들을 세 번이나 뵌 건 처음인 것 같다. ‘태양의 후예’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사전제작을 했기 때문에 나 역시 방송을 보고 또 시청자들의 의견을 잘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배우 입장에선 참 감사한 일이다.”
▶ 드라마 인기를 실감하나
“얼마 전에 홍콩 프로모션을 다녀왔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해외 팬 분들의 사랑을 기사로만 접하다가 직접 몸으로 느낀 것은 처음이어서 의미가 있었다. 사진작가와 몰래 길거리에서 잡지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많이들 알아봐주셨다. 정말 많이 시청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놀랍기도 하고 또 감사했다.”
▶ 연예인 최초로 9시 뉴스도 출연했다.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언급되고 있는데?
“배우로서 내 일을 한 것뿐이다. 책임감도 따른다. 내가 가져야 할 짐이라면 언급되는 다양한 분야 역시 공부하며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여성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는 ‘송중기 경계령’까지 발효됐다는데.
“나도 연애 스타일에 대해 유시진이라는 인물한테 많이 배웠다.(웃음) 하지만 많은 여성 시청자 분들이 왜 유시진 캐릭터를 좋아했는지는 알 것 같다. 내 남자친구, 내 남편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이 다 들어있었던 것 같다. 나도 유시진과 비슷한 연애 스타일을 가졌다면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지만, 그런 완벽한 남자가 어디 있겠나. 김은숙 작가님 말대로 판타지다. 결혼한 친구들도 말이 많긴 하더라. 내가 연기하는 건데 남성들의 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그렇고 멋진 놈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김은숙 작가표 ‘오글 대사’를 소화한 소감은?
“취향 차이라 생각한다. 저는 그렇게 오글거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런 의견 역시 존중한다. 누군가에게 대사가 오글거린다면, 내가 그렇게 안보이게 하면 되는 것이다. 누군가와 일을 할 때는 서로의 장단점을 채워주며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색깔로 융화시키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 ‘불사조’ ‘유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불사조 맞는 것 같다.(웃음)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으면서 박장대소한 적도 많다. 다 드라마를 사랑해주셔서 그런 반응을 보여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었다. 우리 드라마는 멜로다. 기본적으로 멜로라는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모든 대사나 장면들이 멜로를 강화시키기 위해 있어야 했던 설정이라 본다.”
▶ 멜로를 잘하는 비결은?
“꼭 멜로 장르가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중요한 건 대본이다. 책대로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대본을 가장 집중적으로 보는 편이다. 항상 작가님 입장에서 생각한다. 웬만하면 ‘느끼하게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 소신이다.”
▶ 이해하기 힘들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라기보다, 이해가 안됐던 부분은 와인키스 장면이다. 이렇게 빨리 키스를 하면 가벼워보이진 않을까하는 걱정을 했다. 근데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시청자 분들은 빠른 전개를 정말 좋아해주시더라. 예상 못한 부분이다. ‘내가 괜히 걱정을 했네. 더 믿고 갔어야 하는 건데’하는 미안함이 있었다.”
▶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어느 부분에서 비판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조만간 김원석 작가님하고 소주 한 잔 하기로 했다. 만나서 나도 얘기해봐야 될 것 같다. 권한 밖의 일이라서 얘기가 조심스럽지만, 난 만족스럽게 유시진이라는 역할을 끝냈다.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존중하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의 의견이 답이라 생각한다.”
▶ 군 생활이 ‘태양의 후예’를 찍는 데 도움이 됐나.
“군 입대 시간이 도움이 됐다. 아마 연기에 그것이 고스란히 묻어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입대 전 손현주 선배가 ‘일반 사병들과 부대끼며 잘 살아봐라. 그게 네가 29-30살의 인생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 배우로서도 얻는 게 많을 것’이라고 조언해줬다.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못 느꼈던 부분들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런 사람들도 있고, 이런 생각을 하고, 또 저런 스트레스가 있구나’ 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연기에서 이런 경험들이 잘 맞아떨어진 부분도 있다. 군대는 정말 잘 갔다 왔다고 생각한다.”
▶ 인간 송중기의 인성적인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극중 강모연(송혜교 분)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있다. ‘제가 좀 보수적이다’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실제로도 나는 좀 촌스러울 정도로 보수적이다. 그런 성격 때문에 이 직업을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그럴 때 일수록 더 내 색깔대로 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또, 작품을 할 때마다 으쌰으쌰하는 편이다. 단 한 명의 구성원들도 작품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한다. 주인공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을 다 끌고 가는 게 내 매력인 것 같다.”
▶ 초심을 잃지 않는 방법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초심은 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그릇은 예전보다 커졌다.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있다면 상업적인 배우로서 발전이 없을 것 같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릇이 커졌다면 초심이라는 것을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좋다고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하던 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한류 스타라는 반응에도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진정한 한류스타는 해외에서 꾸준히 활동했던 송혜교나 이광수라고 생각한다.(웃음)”
▶ 그릇이 커졌다는 정확한 의미는?
“어떻게 보면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책임져야할 것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또 신인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고, 그때보다는 아는 것이 많아졌을 것이다. 그런 것에 있어서 그릇이 커졌다고 언급한 것이다. 차태현 형님을 보면서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저도 본받으려 하고 있고, 제가 하는 행동들도 그 형님한테 배운 게 많다.”
▶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도 만났는데.
“긴장을 좀 했다.(웃음) 박 대통령님을 만나서 나도 모르게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우리 봤었잖아요’라고 하시더라.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안부를 물어보시면서 덕담도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 도전하고픈 작품은?
“연기 욕심이 많아서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 (역할의) 크기는 가리지 않을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