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1초가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본방사수를 외치며 방영일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만으로 지나간 방송을 다운 받고, 언제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는 현재,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이를 몰랐던 세대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훈 기자]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치트키’로 불리는 인물이 있다. 아이돌도, 배우도, 젊은 방송인도 아니다. 바로 59년생 돼지띠 가수 김흥국이다.
김흥국은 최근 ‘예능 치트키’로 불리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경쟁이 뜨거운 11시 심야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가볍게 즐기는 오후 9시 예능에서도 그를 만나볼 수 있다. ‘나오면 하면 기본은 한다’는 김흥국, 그의 인기몰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호랑나비’
김흥국은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다가 1985년 ‘창백한 꽃잎’이라는 노래로 데뷔했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그는 1989년 ‘호랑나비’라는 곡을 발표, 비틀거리는 춤사위로 큰 인기를 얻었다. KBS ‘가요톱텐’과 MBC ‘쇼네트워크’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골든컵을 수상했다.
‘호랑나비’의 성공은 영화 ‘앗싸! 호랑나비’의 제작과 함께 김흥국이 방송계를 종횡무진하며 전성기를 누리게 해줬다. 그리고 1990년 미스코리아 출신 윤태영과 결혼하며 본격적인 인기의 신호탄을 쐈다.
◇‘반달가면’
90년대 유년기를 보낸 대다수의 사람이라면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와 같은 어린이를 위한 영화를 본 경험이 있다. 대부분 심형래가 주인공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반달가면’이었다.
‘반달가면’은 1990년 ‘전설의 용사 반달가면’을 시작으로, ‘신비의 용사’ ‘우주의 용사’와 같은 수식어를 달고 총 6편이 제작됐다. 그중 다섯 편이 김흥국 주연으로 주인공이자 영웅인 ‘반달가면’ 역을 맡아 열연했다.
어른들에게 친숙했던 그는 이를 통해 어린아이들에게는 영웅과 같은 존재로 부각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누렸다. 지금의 20대 후반, 30대 중반에게는 털보아저씨인 동시에 영웅이었던 사람이 됐다.
◇‘레게파티’
90년대 초반 레게음악 열풍이 불었고 닥터레게, 공일오비, 룰라와 같은 굵직한 뮤지션들이 전성기를 누렸다. 김흥국은 ‘레게파티’라는 노래를 발표하며 유행에 합류하는 듯 했으나 다소 실험적이라는 평가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김흥국의 예능감이 빛을 발했다. 그는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으로 꺼져가고 있던 ‘래게파티’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김흥국-박미선의 특급작전’
김흥국의 수상경력을 살펴보면 1996년 제 14회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우수상을 시작으로 2012년 제20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라디오진행 공로상까지 여섯 개의 트로피가 모두 라디오 진행과 관련되어있다.
김흥국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질문도 라디오 진행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다. 박미선과 함께했던 MBC 라디오 ‘특급작전’에서 터보의 ‘사이버 러버’(Cyber Lover)를 ‘시버러버’로, UCLA대학을 우클라 대학으로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남편과 사별했다던 청취자에게는 “성격 차이였냐”고 묻는 그의 엉뚱함은 모두 폭소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렇듯 김흥국 인기의 원동력은 오랫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며 쌓아온 입담이다. 엉뚱함과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황당한 말을 서슴없이 뱉으며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안녕 프란체스카’
김흥국을 대표하는 사진은 초라한 차림과 씁쓸한 표정으로 소주를 권하는 장면이다. 이는 MBC 시트콤인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노숙자 역할을 소화하며 나온 명장면이다.
그는 SBS ‘오박사네 사람들’, KBS ‘보디가드’ 등에서 자신의 코믹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맡아 꾸준히 활약해왔다. 김흥국은 예능에서만 치트키가 아니었다. 영화, 드라마, CF에서도 조용히 치트키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라디오스타’
김흥국이 예능 치트키라고 불리게 된 가장 큰 예능출연은 바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다. 2008년 그는 ‘기러기 아빠 특집’으로 김태원과 함께 나와 엄청난 예능감을 뽐냈다.
이후 김구라는 김흥국을 축구선수 메시라고 표현하며 ‘믿고 쓰는 카드’ 이미지를 만들었다. 실제 그가 출연한 ‘라디오스타’ 방송은 레전드라는 수식어와 함께 SNS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최근 김흥국의 대표작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다. 그는 김구라와 함께 ‘김구라의 트루 스토리’에서 종종 얼굴을 내비치며 활약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정은 아니지만 다양한 예능에서 게스트로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변두리 퀘스천] 또 다른 예능 치트키는 누가 있을까요?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