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잠적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던 개그맨 이창명(47)이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던 이창명의 말과 정반대되는 결과다. 그를 응원하던 팬마저 이젠 등을 돌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일 오후 11시 20분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교차로에서 운전하다 보행 신호기를 충돌하고 사고차량을 방지한 채 도주한 혐의로 이창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창명이 경찰에 늦게 출석한 탓에 정확한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경찰은 이창명이 당시 마신 술의 양 등을 추정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다.
이창명은 사고가 난 후 다음날인 2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영등포경찰서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에 "술을 못 마신다. 너무 아파 병원에 갔을 뿐이고, 현장에서 벗어나 잠적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낸 직후 지인을 불러 현장을 빠져나간 정황 등을 봤을 때, 그가 음주운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이창명을 향한 비난 만을 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창명이 결국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자 '혹시나 하는 마음'은 곧바로 무너져내렸다.
경찰은 사고 당일 이창명이 지인 5명과 여의도 소재 음식점에서 화요 6병, 생맥주 500㎖를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CCTV 분석 결과에서도 이창명이 몰던 차는 중앙선을 침범하고, 신호를 위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사고는 인정했지만, 음주는 끝까지 부인했던 이창명과 지인들의 주장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예계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차가운 시선을 받았던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사고 후 가는 길은 엇갈렸다. 음주 혐의를 인정한 이들은 반성과 자숙 속에서 복귀를 기다렸고, 대중은 차츰 마음을 열었다. 반면, 사과보다는 그 순간을 피하기 위한 발언을 쏟아냈던 이들은 '괘씸죄'가 더해져 좀처럼 재기하지 못했다.
음주운전자가 '도로 위의 살인자'라는 표현도 과하진 않다. 음주로 인해 흐려진 정신으로 사고로 상대 운전자와 동승자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음주운전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창명이 들이받은 것이 보행 신호기였기에 그나마 다행이지, 차량이었다면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다.
음주운전이 이러한 중대한 범죄임에도 이창명은 혐의를 벗기 위해 하루 동안 잠적하고, 경찰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도 이를 부인했다. 그가 음주운전을 숨기려고 한 행동은 공분을 샀고, 결과적으로 대중을 우롱한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관심을 먹고 산다. 좋든 싫든 관심을 받고 TV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쳐야 하는 이들이다. 연예인이 사고를 저지르면 그의 입에 시선이 모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은 물론 말 한마디로 섣불리 하면 안 된다.
이창명은 KBS 2TV '출발 드림팀'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그가 공백 뒤에 '출발 드림팀'을 다시 이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팬들은 두 손 들고 그를 반겼다. 가수 배우 등 각 분야의 연예인들이 활기 넘치는 활약은 이창명의 입을 통한 진행으로 빛을 발했다.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웃음도 함께 실었다. 하지만 이창명은 이번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고, '출발 드림팀'의 마이크를 놓게 됐다.
이창명은 실수를 잠시나마 덮기 위해 "술을 먹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진실과 사과,
조금이나마 남은 반성의 기회를 얻기 위해선 팬들과 대중을 향한 진실한 사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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