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는 명백한 불법이었으나, 교황청과 나폴리 왕국은 ‘신의 영광을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카스트라토를 공인해줬다.
여성이 교회와 무대에서 노래할 수 없었던 이 시절, 변성기가 오기 전 거세를 통해 미성을 간직한 카스트라토는 ‘천상의 목소리’로 떠받들어지는 슈퍼스타였다. 대중들이 열광하자, 각 성당과 오페라 극장은 경쟁적으로 카스트라토를 영입했고 사망률이 높은 거세 수술은 삽시간에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가혹한 운명의 짐을 지고 태어난 아이, 카스트라토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로 칭송 받았던 ‘파리넬리’의 이야기다.
지난해 ‘올해의 창작 뮤지컬상’ 등 3관왕을 휩쓴 뮤지컬 ‘파리넬리’가 한층 높아진 완성미를 자랑하며 팬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보강되면서 극의 흡인력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은 ‘파리넬리’가 말하고자 한 ‘사랑을 통한 구원’이란 메시지에 조금씩 더 다가가게 된다. 이 과정은 처절하면서도 애틋하고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게 그려진다.
평소 여성스러운 음색으로 아름다운 메아리를 들려줬던 배우 박소연은 이번 작품에서 원캐스트로 분해 남장여자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깊어진 연기력과 청량한 목소리가 신선함을 안겨준다.
‘파리넬리’는 막이 오르는 동시에 무서운 흡입력을 자랑한다. 파리넬리의 탄생을 알리는 어린 소년의 거세 장면으로 시작해 공연 내내 오페라의 풍성한 화음으로 귀 또한 매료시킨다. 5명의 주조연 배우들은 누구 하나 처지지 않고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치는 감정선과 고난이도 넘버들이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무거운 주제를 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오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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