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육아’라는 콘텐츠가 육아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각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40 ‘육아맘’들은 TV 속 육아 콘텐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2013~2015년 사이에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 다양한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붐을 일으켰던 ‘육아 예능’이 주춤하는 사이, 육아 소재는 드라마에 흡수돼 ‘마이 리틀 베이비’ ‘워킹맘 육아대디’ ‘아이가 다섯’ 등의 드라마들을 탄생시켰다.
TV에 다양한 포맷으로 등장하는 육아 콘텐츠를 지켜보는 실제 ‘육아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실제로 현재 육아를 하는 3040 ‘육아맘’들에 의견을 묻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엿봤다.
4개월 된 아들로 ‘새내기 맘’이 된 미아동 ‘기훈맘’(29) / 7살 딸과 3살 아들을 키우는 상암동 ‘딸기엄마’(37) / 이제 막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13개월 아들을 둔 길음동 ‘웅이맘’(30) / 6세와 5세 연년생 아들을 키우는 응암동 ‘제제엄마’(32)
◇ 지금까지의 TV 속 육아? “TV로까지 봐야 하나요”
딸기엄마: TV 속의 육아는 지금까지 대부분 예능으로 봤죠.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이요. 솔직히 챙겨보진 않았어요. 아이들이 귀엽긴 하죠. 그런데 제 거실에도 아기가 있는 걸요.(웃음) 예능 속 아빠들이 하는 걸 제가 하고 있으니까 굳이 TV로 봐야 하나 싶어요.
웅이맘: 저는 웅이가 첫 아이라 아기가 우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허둥대기도 했어요. TV 속 ‘아빠’들이 아이를 안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면 ‘나도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저랬지’라고 말하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죠. 아이 키우는 엄마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과 비슷하냐고요?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웃음) 아빠들이 하는 모습은 그냥 ‘아, 해보는 거구나’ 이런 느낌? 그게 그들의 ‘현실’은 아니잖아요.(웃음)
◇ TV 속 육아에 때로는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기훈맘: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서 몇몇 육아 관련 제품이 등장하잖아요. 그게 ‘산후조리원 동기들’ 사이에서 엄청 유행을 해요. 저도 우리 아기한테 좋다는 거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죠.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사주지는 못해요. 그럴 때 마음도 아프고, TV 속의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한테 좋은 것 못해줘서 미안할 때도 있죠. 옛날엔 그런 얘기를 하는 엄마들을 보면 ‘싸고 좋은 거 사주면 되지’란 생각이었는데, 막상 내 아이의 문제가 되니 기분이 착잡해지는 건 사실이더라고요.
제제엄마: 전 비교적 결혼을 일찍 한 편이어서 정말 ‘전투적’으로 아이들을 키웠던 것 같아요. 남자 아이 둘을 연년생으로 키워보세요, TV 속에서처럼 아기자기하게 피크닉을 갈 수 있나.(웃음) TV 속에서 육아를 주제로 예능을 하는 것을 욕할 생각은 없어요. 그게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미화한 건 아닐까’란 생각도 해요. 양육비용, 유치원 대기 순번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는 동떨어진 ‘엄마 놀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씁쓸해요.
◇ 육아 드라마 속 ‘돼지 엄마’ 이야기를 보고 ‘깔깔’ 웃었네요
딸기엄마: 얼마 전에 MBC 드라마 ‘마이 리틀 베이비’를 봤어요. 거기에 ‘맘 커뮤니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꽤나 현실적이어서 재밌었어요. ‘돼지 엄마’ 눈밖에 안 나려고 눈치 보고, 서로 분유 단종 정보 공유해서 사재기 해놓는 모습들을 보면서 ‘어? 아이 엄마가 극본을 썼나?’란 생각이 바로 들던데요.
제제엄마: 낮에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을 해주기에 저도 ‘마이 리틀 베이비’를 봤어요. 실제로 이웃에 사는 아기 엄마와 수다 떨 때 그 드라마 이름이 나오기도 했고요.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인터넷 카페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그저 육아를 ‘흥미’로만 보는 게 아니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시도한 것 같아서 신선하고 반갑기도 했어요.
◇ TV 속 ‘육아 콘텐츠’에 바란다
기훈맘: 사실 육아에 참 힘든 게 많아요. 저만 해도 내년에 당장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고민 중이에요. 이런 고민들이 TV 속에 나온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웃자고 보는 예능 속에 진지하게 나올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이런 고민들이 묻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 엄마들도 ‘아, 나만 이렇게 고민하는 게 아니구나’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웅이맘: 확실히 예능 속에서 ‘아빠’들이 육아를 하는 모습을 통해서 남자들도 육아를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것처럼 앞으로도 육아는 엄마만 고민해서 될 게 아니라 아빠, 그리고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고민하고 해나가야 할 사항이라는 걸 좀 더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사는 것, 참 힘들거든요. 그야말로 ‘알파맘’이 돼야 해요. 그런 엄마들에 힘이 되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