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예능 방송의 수위는 어려운 문제다. 드라마, 영화에 비해 예능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가 가해지는 듯하다. 사극에서 곤장을 맞는 장면에 대해 '연기를 잘한다'고 할 테지만, '시간탐험대'는 가학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시청자 분들의 잣대에 따라 방송인의 표현도 달라질 것이다."
방송인 장동민은 지난 11일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서 이같이 말했다. 엉덩이를 드러내고 곤장을 맞는 등 '시간탐험대' 연출에 대한 답인 것이다. 그는 앞서 '코미디빅리그'의 '충청도의 힘' 코너에서 한부모가정을 비하하는 듯한 대사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그의 말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어 한 시민단체는 개그맨 이상훈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상훈이 지난 8일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계좌로 돈을 받기 쉬운 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라는 질문에 이 단체를 언급해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됐다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을 올린 유병재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예능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방송과 SNS 등에서 사용한 소재가 문제로 지적됐다. 당사자는 불쾌함을 '고소'로 대신했고, 시청자들은 '가학적이다'고 문제를 꼬집었다. '예능 표현의 잣대'가 이번 일을 통해 다시 도마 위로 올랐다.
예능 프로그램은 그 특성이 시청자의 웃음을 끌어내는 데 있다. 모든 상황과 연출은 모두 '한 방의 웃음'을 위해 준비된다. 그 사이에 '감동'도 있지만, 결국 부수적인 장치일 수밖에는 없다.
시청자들의 미소를 위해서는 '공감'이 필수다. 현장이 아닌 화면을 통해 상황을 바라봐야 하는 이들은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과 딱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폭소한다. 이렇듯 '개그 코드'는 그 순간 전달하는 쪽이나 받아들이는 쪽이 하나가 돼야 한다.
공감이 어그러질 때는 비난이 쏟아진다. 개그의 소재가 자칫 조롱의 대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방송 출연자와 연출자가 아닌 시청자의 몫이다. 결국 '시청자의 바라보는 시선'이 예능의 잣대가 된다.
최근 방송계에서는 웃음이 설 자리가 비좁다. 한 방송국 PD는 "한국에서는 풍자 대상이 넓지 않다. 시트콤을 방송에서 보기 어려운 것도 소재의 한계로 내용이 반복돼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예로 이제는 정치 풍자를 찾아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을 꼽기도 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웃음을 다루는 기준이 시청자에게 달려있다. 역설적이게도 보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을수록 재미는 반감되는 측면도 있다. 예능인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은 현재의 세상이고, 출연자와 시청자가 허락하는 땅은 그 중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을 통해 해외의 스탠딩코미디나 예능프로그램을 접한다. 역사, 사회적인 배경은 달라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거침없는 표현과 속 시원하고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어서다.
세계 곳곳의 개그를 접하며 시청자들의 눈은 높아졌지만, 한국 예능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기 벅차다. 모든 것을 보는 이들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해외와 국내 예능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제작자들의 몸을 움츠리게 할 수 있다.
예능을 만드는 제작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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