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코너 ‘오지라퍼’로 이국주와 이상준이 의기투합한지 30주 째. 이들은 말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의 ‘오지라퍼’라는 코너로 이국주와 이상준은 남녀의 심리를 이용한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은밀한 속내를 거침없는 입담으로 풀어내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때로는 ‘너무 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 아냐’라는 원망을 듣는 중.
예능에서도, 코미디 무대에서도 쉬지 않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두 사람을 만났다. 목이 다 쉰 이국주와 리허설을 하고 헐레벌떡 달려오는 이상준을 보니 ‘참 바쁘게 산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럼에도 이국주와 이상준은 “그래도 코미디 프로그램이 우리에겐 ‘집’같은 존재”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들에게 ‘오지라퍼’와 코미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사진제공=tvN |
Q. ‘오지라퍼’가 세 쿼터 째 이어져오고 있다. 처음에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계기가 있었다면.
A. 이국주: ‘오지라퍼’가 나름 장수 코너다. 오히려 감독님께서 이 코너가 이렇게 오래갈 거라고 생각 못하지 않았을까.(웃음) 저는 말로 하는 개그를 하고 싶었는데, 코너가 잘 안 나왔고 몸도 안 좋아져서 ‘코빅’을 한 쿼터 쉬려고 했다. 그 때 마침 감독님께서 전화가 와서 ‘좀 보자’고 하시더라. 그 때 제게 하고 싶은 코너를 하고 싶은 사람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그래서 단박에 이상준 오빠를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개그를 하는 분이었다.
이상준: 전 감독님이 이국주랑 하라고 해서 ‘아, 하는가 보다’하고 했다.(웃음)
이국주: 이상준 오빠는 ‘사망토론’으로 이미 이런 개그를 해 본 사람이다. 요즘 관객들은 똑똑하고 자발적이라 수위 높은 이야기를 즉석에서 하기도 한다. 그런 것에 당황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상준 오빠는 바로 애드리브를 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 꼭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감독님과 상준 오빠, 후배들, 작가님들까지 다 정말 딱 단합이 잘 되는 조합으로 꾸려졌다.
이상준: 간혹 저는 ‘사망토론’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민을 잠깐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국주가 제 생명을 연장시켜준 것 같기도 하다. 이국주라는 사람이 있어서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그림이 다르게 그려진다. 제 캐릭터를 비슷하지만 새롭게 이어준 계기가 됐다.
↑ 사진=코미디빅리그 방송 캡처 |
Q. 코너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여자, 남자 관객이 갈린다. 이국주 씨가 여자를, 이상준 씨가 남자를 대표해서 말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그만큼 ‘안티’랄까, 코너에 대한 불만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다.
이국주: 시작할 땐 ‘재미로 봐주겠지’ 했다. 이 코너의 아이디어는 거짓말 같겠지만 모두 포털사이트에서 찾는다. ‘내 남자친구들’ ‘남자친구가’ ‘남자친구 바람’ 이런 키워드를 입력하면 지식인만 봐도 얼마나 많은 질문이 올라와 있는데. 누구나 다 똑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문제들을 갖고 와서 ‘공감’을 찾는 거다. 거기에 우리가 ‘소스’를 첨가할 뿐이고.
그리고 전 그동안 다이어트, 외모 고민 같은 여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을 극대화 시켜주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저도 바닥까지 퍼내서 쓸 게 없더라.(웃음) 그런데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붙으니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다. 여기에서 이제 제가 여자 입장을 말하고, 오빠가 남자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붙다보니 공격적으로 보일 수도, 그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은 한다.
이상준: 전 오히려 이게 누군 남자 편, 누군 여자 편, 이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 ‘살면서 힘든데, 그걸 얘기하기 힘들잖아’ 이런 마음으로 하고 있다. 누구 입장을 따로 대변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힘든 사람들이 가지는 공감대가 있는데, 전 제가 경험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그 공감대를 건드리려고 하는 거다. 힘들었던 이야기를 코너에 녹였을 때 ‘이거 내 얘긴데 왜 웃지’ ‘사람들도 이렇게 살았구나’ 라는 걸 느끼기도 한다.
이국주: 핵심은 ‘모두’가 공통된 걸 찾을 순 없다는 거다. 그래서 저는 ‘여자로서’ ‘이국주로서’ 생각한다. 이국주로서, 이런 게 많이 힘들었고, 이렇게 하니 위로가 되더라 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도 ‘너도 이런 힘든 일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사실 행복이나 위로는 큰 데에서 오는 게 아닌 것 같다.
↑ 사진제공=tvN |
이상준: 제가 워낙 센 개그를 해서 호불호가 나뉜다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한편으론 이 개그를 하고나서부터 ‘마니아층’이 생겼다. 길에서 보면 남자들이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하고.(웃음) 욕을 먹기도 하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느낀다.
이국주: 이상준 오빠가 남자 팬들이 많고, 저는 비교적 여자 팬들이 많으니까, 둘이 함께 하면 둘 다 끄집어낼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서로 반대로 밀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웃음) 저도 사람들의 욕을 듣기에는 이미 오래 하기도 했고, 지쳤다. ‘안티’가 한 번 생긴 이상 ‘더’ 생기는 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별로 관계는 없다. 이미 상처도 받을 대로 받았고.
Q. ‘오지라퍼’가 오랫동안 3위권에 들고 있다. 1월에는 1위도 했는데 어떤가. 이런 순위 제도가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오진 않나.
이국주: ‘코빅’이 초반에는 순위로 벌칙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순위권만 발표를 하고, 다른 사람들도 상위권에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없다. 굳이 순위를 매기지 않아도 서로 자기의 개그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니까. 그냥 무대 위에서 창피하지 않은 개그만 하자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 코너는 사실 1위를 할 수 있는 코너가 아니다.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개그니까. 그래도 3, 4위 정도는 항상 가고 그게 부담도 없다. 동영상 조회수가 높아 이슈는 확실히 되니 걱정도 안 되고. 단지 1위를 하고 싶은 이유는 딱 하나, 상금을 타면 후배들의 용돈이라도 될 수 있으니까. 신인들에겐 소중한 기회지 않나. 그래서 후배들 생각하면 1위를 하고 싶기도 하다.
↑ 사진제공=tvN |
Q. 이제 코너가 세 쿼터를 지나고 있다. 더 장기적인 시선으로 재정비를 해야할 때가 온 것 같은데 계획은 있나.
이상준: 장수를 위한 고민은 한다. 이국주와 제의 에너지가 좋으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녀 문제에서 확장된 주제를 다루고 싶어서 아이템을 최대한 생각하고 있다. ‘사망토론’도 오래 했는데도 나중에 못 해서 아쉬운 아이템들이 있더라. 이 코너는 최대한 아쉬움 남지 않고 오래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 ‘오지라퍼’가 대본이 아닌 부분들이 많다. 이렇게 틀어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벗어날 때도 있다.(웃음) 국주와 제가 서로 훅 들어오는 게 있다. 그런 재미가 있는 코너이기 때문에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오지라퍼’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활약을 하는데도 코미디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국주: 전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보기 좋아보여서 다행이다. 그리고 저는 개그를 해야 다른 데에서 날 찾아준다고 생각한다. 또 개그맨들에겐 코미디 프로가 ‘집’이다. 아무리 예능을 해도 개그 코너를 안 하면 불안하다. 저는 ‘집’을 지키고 있어서 마음이 놓이고 든든하기도 하다.
↑ 사진제공=tvN |
지금 하는 MBC ‘나 혼자 산다’도 저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고, 라디오는 제가 항상 꿈꿔왔던 것이고, 최근에 화장품 브랜드 CF도 찍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이루는 걸 보면서 누군가가 ‘저 사람 멋지게 사는구나’ 생각해주면 좋다. 절 통해 위로나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이상준: 개그를 10년 정도 했다. 어떻게 보면 독한 개그를 많이 했다. 때론 너무 이런 것만 하는 게 아닐까 해서 다양한 코너에 출연하기도 하지만 이 이미지가 세니까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이젠 ‘그래, 대한민국에서 이런 개그는 내가 제일 잘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만의 개그랄까. 우리도 간혹 개그니까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우린 개그맨이다.(웃음)
‘오지라퍼’는 tvN ‘코미디빅리그’의 한 코너로, 길에서 만난 오지랖 넓은 남녀의 토크 배틀 코너다. 코미디언 이국주, 이상준, 김다온, 김완배가 출연 중이다. 이국주와 이상준이 남녀의 대화나 행동에서 숨겨진 속뜻을 해석해주는 촌철살인 개그가 ‘백미’다. 2015년 10월부터 시작해 세 쿼터 째 진행 중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