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과장된 몸짓과 발성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끌어낸다. 펑펑 눈물을 흘릴 때는 눈물샘을 툭 하고 건드린다. 황정음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
황정음은 MBC 새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주인공 심보늬 역할을 맡았다. 심보늬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었지만, 무당의 말을 따라 동생을 구했다고 믿었다. 이후 '운빨'을 인생의 가장 최우선으로 삼았다. 식물인간이 된 동생의 완치를 위해서 '호랑이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무당의 말에 남자를 찾아 나섰다.
심보늬는 긍정적인 성격으로 동생의 치료비 내기 위해 팍팍한 삶을 견뎌냈다. 방긋 웃는 얼굴에는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다치고, 부모가 죽었다는 자책의 그림자가 있었다. '역경 속에서 사랑을 찾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여자 주인공이다.
황정음은 이러한 심보늬와 만나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았다. 미신을 믿지 않는 제수호로 분한 류준열과의 호흡도 좋다는 평이 이어졌다. 반면, 황정음이 그동안 보여줬던 작품 속 캐릭터와 다를 것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가 발랄한 매력을 마음껏 전했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의 모습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09년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황정음은 '떡실신녀' '황정남' 등의 별명을 얻었다. 상황과 맞지 않은 엉뚱한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개그 코드가 시청자에게 잘 닿았다. 그는 같은 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는 성과도 거뒀다.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지만, 황정음에게는 또 다른 '도전'을 맞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가벼운 주제로 이어지는 시트콤에서 도드라진 활약을 한 것에 대해 '황정음의 연기는 거품이다'는 말도 들렸다.
이에 대해 황정음은 '운빨로맨스' 제작발표회에서 "'하이킥' 이후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진 않았다. 제 연기가 거품이라는 지적 때문이었다"며 "'비밀'에서 눈물 연기를 한 뒤 연기에 재미를 알고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보는 이들을 웃길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 황정음은 이후 '자이언트' '비밀'을 통해 정극에 도전했다. 그의 말처럼 황정음은 '비밀'에서 비련의 여자 주인공으로 애절한 눈물을 흘렸다. 우는 장면이 늘어갈수록 황정음이 할 수 있는 연기의 폭도 점차 넓어갔다.
앞에 놓인 길을 천천히 따라가듯 작품을 해온 황정음은 '킬미힐미'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냈다. 흥행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평가 기준
황정음은 '운빨로맨스'에서 소리를 지르고, 넘어지면서 시청자들이 웃게 하는 동시에 펑펑 흘리는 눈물로 긴 여운을 주고 있다. 두 감정 사이에서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환한 미소 속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며 '운빨로맨스'를 이끌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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