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에는 좀비가 등장한다. 기괴한 몰골의, 시체도 아닌 그렇다고 인간도 아닌 것이 목을 이리 꺾고 저리 꺾으며 걸어 다니는 게 섬뜩한 캐릭터다. 한국영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존재다.
좀비물이 아닐 때 등장하는 좀비는, 특히 한국영화에서 한국의 영화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그간 좀비는 소비되는 게 쉽지 않았다. 전혀 무섭지 않고 당황스럽게, 또는 코웃음 치게 하기까지 한 적도 있다.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 집필 단계에서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리뷰를 받을 때도 좀비가 등장하는 신이 발목을 잡았다. 박 감독은 "나라면 뺀다"라는 얘기를 했단다. 일반적인 우리나라 영화 문법으로 좀비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말이다.
물론 나 감독은 "나는 좀비 박춘배를 사랑한다"며 고집을 부렸고 이 좀비 등장 신은 편집 과정에서도 사람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됐으나, 결론적으로 나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호불호가 갈린 영화긴 하지만 500만 명 이상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공유와 정유미, 마동석이 출연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에도 좀비가 나온다. 좀비로 변해버린 이들이 대한민국 사람들을 덮친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좀비의 활약상은 더 ’격렬’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동성애 코드가 담겨있다. 김민희-김태리 두 배우의 애정신은 수위가 높다. 박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폭력수위는 낮지만 정사신은 꽤 세다. 우리나라 상업영화에서는 시도하기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도 박 감독은 에로티시즘과 저급한 성애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나들었다. 동성애 코드는 3부작으로 나눠놓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소재다.
세 편 모두 최근 끝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니 나름의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곡성’은 한국에서도 흥행을 달리고 있고, 북미 시장도 공략 예정이기도 하다. 외국 평론가들의 평도 나쁘지 않다. 다른 영화들의 성적표는 살펴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다. 관심과 기대가 뜨겁다.
다양한 감독들이 여러 가지 소재와 주재로 도전해 인정받는 건 영화팬들로서도 기분 좋은 일이다. 기성 유명 감독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하며 좋은 평가를 받는 신인 연출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어떤 감독들의 새로운 영화들이 또 관객을 즐겁게 할까?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제임스 완 감독은 최근 한국을 찾아 "한국영화는 주제를 과감하고 용감하게 다루는 것 같다"며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는 보편적인 것을 다룬다면 한국영화는 주제를 특화한 영화를 다루는 것 같다. 놀랍다. 그래서 관심도 많다"고
현실에 안주한 영화보다 욕을 먹더라도 새로운 도전이 많아지길 바란다. 물론 한국의 시스템은 아직 힘들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이십세기폭스가 아닌 한국의 다른 투자자였다면 ’곡성’은 현재 버전으로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jeigun@mk.co.kr/ 사진 박찬욱, 나홍진 감독[ⓒ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