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인터뷰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분명 더 많은 것 같다.
혹시라도 말실수를 해 기사화되면 비난을 듣는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배우들은 조금이라도 작품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언론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영화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가 이슈화 되기도 한다.
그러면 배우들은 한숨을 내쉰다. 자기가 한 말이니 뭐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없어지진 않는다. 그 발언조차 영화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 도움이 되기만을 바란다.
배우들은 3~4일 하루 4~5시간, 많게는 10시간을 풀로 비워둔다. 영화를 향한 관심을 표하는 관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관객 수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따지면 흥행을 한 영화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영화가 모두 다 흥행하지는 않는다.
배우 윤여정은 최근 영화 '계춘할망' 홍보 인터뷰에서 "인터뷰가 관객 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면서도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그는 손녀 예지로 나오는 꼬맹이 배우가 연기를 못해 혼낸 일과 제작진과의 마찰도 거침없이 얘기했다.
"하는 말들이 영화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말에도 꾸며내서 말하는 걸 싫어하는 듯 속말을 모조리 다했다. 오히려 기자들이 신경을 써 기사를 다듬어야 했을 정도라면 말 다했다.
그래도 윤여정은 책임을 다한 케이스다. 힘든 작업이었음과 동시에 이 영화를 향한 애정이 드러났다.
언론 인터뷰는 출연 계약서에 따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인터뷰를 꼭 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돈도 안 되고 도움도 안 되는 판단에 인터뷰를 안 하는 배우들도 여럿이다. 그들을 탓할 순 없다. 자본주의 논리에서 당연한 말이다.
스케줄을 쪼개 인터뷰에 열과 성을 다한 배우들의 (볼 만한) 작품들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능력 밖인 경우가 많다. 흥행은 모든 박자가 잘 맞아야 '쿵짝' 소리를 낸다.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돌아온 손녀(김고은)와 오매불망 손녀 바보 할머니(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리며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계춘할망'
다행인지 불행인지 '계춘할망'은 중국에서 관심을 보였다. 하반기 5000개 스크린에서 관객을 찾을 계획이다. 중국판으로 리메이크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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