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에 있어서 화와 복은 일정하지 않으며 항상 좋은 일만 생길 수도 없고, 항상 나쁜 일만 생길 수도 없다는 이 고사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연예인들을 꼽는다면 그 중 한명은 바로 이상민일 것이다.
90년대를 휩쓸던 그룹 룰라의 리더로서 최정상의 부와 인기를 누리고, 이후 잘나가던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하던 이상민은 2005년 이혼을 시작으로 불행이 한꺼번에 덮쳐왔다. 잘 나가던 사업은 부도를 맞이하며 수십억 원의 빚이 생겼으며,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매형에게 돈을 받고 법원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인해 지상파 출연 정지까지 당하며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펼칠 수도 없게 됐다. 꽤 오랜 시간동안 불행은 이상민을 따라다녔으며 계속된 구설수에 이상민의 이미지는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를 걸어야 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 쥐구멍에 조그마한 볕이 들기 시작했다. 이혼과 부도, 우울증과 공황장애, 비만 등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뒤, 권투경기에서 패배한 선수처럼 숨을 몰아쉬던 2012년, 이상민을 주인공으로 한 모큐멘터리 Mnet ‘음악의 신’이 제작된 것이다. 자학과 병맛으로 점철된 ‘음악의 신’은 이상민에게 주인공 대접을 해주기는커녕, 한물간 왕년의 스타이자 사업가인 이상민의 치부를 과장되게 그려나갔다.
이 프로그램 담당 국장이 ‘과거 이상민의 모습은 겉치레였으니, 진짜 이상민의 모습을 약 올리게 다뤄보자’고 했다. 나를 ‘곤란’하게 한다는 대목이 재미있어서 방송 출연에 나서게 됐다.(2016년 6월 머니투데이 인터뷰 中)
잘나가던 그때 그 시절 이상민은 예능과 거리가 멀었다. 음악무대가 아닌 이상 카메라 앞에 나서지도 않았으며, 자신에게 원샷이 비춰도 ‘카리스마’를 가장한 무뚝뚝함으로 일관했다. 그런 그가 초라해진 모습으로 ‘음악의 신’에 등장했고, 가득한 허세를 버리지 못한 채 강자에게는 약함을 약자에게 강함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표절과 빚, 부도 등 자신의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는 이상민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음악의 신’이 만들어준 이상민의 철저한 자기비하는 도리어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룰라 시절부터 방송인으로 방송을 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멤버들을 출연시키면서 허세 부리는 삶을 살았었는데 ‘음악의 신’을 하면서 방송인으로서 삶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음악의 신’은 나의 내면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적어도 조금은 다른 모습의 이상민을 보여드렸다.” 2016년 3월 스포츠동아 인터뷰 中
‘음악의 신’을 시작으로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서 물꼬를 트기 시작한 이상민은 조금씩 무너져버린 이미지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출연한 ‘더 지니어스’는 예능활동으로 비춰지지 않았던 이상민의 게임을 판을 재빠르게 파악하는 본능과 전직사업가로서 빠른 두뇌회전,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리더십을 보여주며 더욱 팬층을 만들어 나갔다. 시즌2에서 수많은 악플을 받기도 했지만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상금으로 빚을 변제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에 성공을 거둔 건 아니었다. 개중에는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도 있었고, tvN ‘방시팝’을 통해 PD로서 도전했다가 된통 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굴곡이 많았던 이상민에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현재 방송인으로서 이상민의 장점은 허세와 진솔, 두 역설적인 단어를 자유롭게 넘나듬에 있다. 남들은 숨기고 싶어 하는 과거의 치부를 당당하게 인정할 뿐 아니라, 절저하게 망가짐으로써 웃음을 만든다는 것도 이상민의 호감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의 인생은 평범하지 않지만, 그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오는 이상민의 인간적인 모습은 짠한 연민과 함께 공감대을 자아내기도 한다.
‘음악의 신’의 도움으로 방송인으로서 새 삶을 시작한 이상민은 ‘음악의 신2’를 통해 날개를 달고 활짝 날아오르고 있다. 많은 방송활동을 통해 더욱 능청스러워진 연기력을 장착한 이상민은 많은 사람들이 웃는 와중에도 감정을 유지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음악의 신2’의 명장면을 넘어 ‘레전드’로 꼽히는 ‘정진운의 춤신춤왕’ 장면에서 웃지 않고 상황극에 임했던 사람은 이상민이 유일하다.
최근에는 SBS를 제외한 지상파의 방송정지가 해지되면서 MBC ‘일밤-복면가왕’ KBS ‘열린음악회’ ‘1대100
20대에 가수로 성공해 30대에 크게 실패한 이상민은 불혹을 넘어서면서 기회를 얻었다. 유독 굴곡 많은 인생을 살고 있는 이상민, 그가 앞으로 보여줄 인생의 굴곡은 희(喜)일까 비(悲)일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