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청순미의 대명사, 배우 손예진을 떠올리는 이미지는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예쁜 역할만 맡아서 할 수는 없었을 터. 그런 그에게도 이런 이미지를 깨보려는 시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손예진은 영화 ‘비밀은 없다’를 선택했다.
“(‘비밀은 없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굉장히 빨리 읽게 됐어요. 첫 장부터 묘했죠. 상황 속 인물들의 대사나, 딸이 실종되고 그런 이야기 속에서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뒤가 궁금해졌었죠.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순서가 앞뒤가 바뀌었잖아요.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 도 제가 하지 못했던 캐릭터였거든요. 이해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또 캐릭터들마다 모든 대사나 행동이 정형적이지 않았어요. 거기에서 나오는 의외의 특별함이 (영화를) 택한 계기가 됐죠.”
‘비밀은 없다’는 정말 독특한 색을 띄고 있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표현 자체도 그렇다. 아이를 잃은 엄마, 하지만 눈물만 흘리며 그런 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인해진 엄마를 연기했어야 했다. 엄마 손예진의 모습도 낯설었지만,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의 이미지를 떨쳐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시나리오도 독특했어요. 아주 독특했죠. 찍으면서 관객들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지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연홍은 딸을 잃어버리고 처음부터 화를 내요. 보통 모성이라는 것은,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기 위해 연민을 만들죠. 슬퍼하고 아파하는 거에 공감을 느낀다면, 연홍은 아이를 잃어버려도 소리를 지르면서 그러는 게 좀 달랐던 접근 같아요.”
“또 이야기의 상황들도 이해가 됐어요. 실제로 뉴스에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들이 있잖아요. 또 영화에 있음직한 소재고요. 이런 소재에서 인물들이 대처하는 것과 그런 것들이 충격적이고 달랐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연홍이 집착하게 되고 자학을 하면서 모든 사람을 의심하죠.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봐옴직 했던 정형성은 있었어요. 아이를 잃었을 때 엄마의 모습이요. 근데 몰입을 하다 보니 더한 것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예진이 변신을 꾀했다면, 과연 성공적이다. 그간 여성스러움에 좀 더 치중됐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를 통해서 확실히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제 어떤 연기도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을 줬다.
“만약 이 영화를 소재로, 엄마의 절절한 모성만을 그렸다면 선택을 안 했을 거예요.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하는 거에 매력이 있었으니까요. 새롭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근데 또 제가 나중에 다른 시나리오를 봤는데, 다른 모성애를 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근데 이 영화는 그 지점이 아니었죠.”
이번 ‘비밀은 없다’에서는 손예진과 김주혁과 두 번째로 부부 호흡을 맞췄다. 지난 2008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첫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 8년 뒤인 2016년엔 ‘비밀은 없다’에서 또 다시 부부가 됐다. 두 번이나 부부로 만났지만, 이들은 이번에도 정상적인 부부는 아니다.
“사실 김주혁이라는 사람은 그 쪽(‘아내가 결혼했다’)에 더 가까워요. 착한 사람이죠. 성품 자체가 착한 사람이에요. 이번에도 함께 촬영을 하면서 사람 자체가 착하다고 느꼈어요. 근데 또 ‘비밀은 없다’에서는 너무 다른 모습의 연기를 하고요. 악해 보이기도 하고, 냉소적이고요. 오히려 다른 색깔의 옷을 입어서 그만큼 좋았던 지점이 있었어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과 김주혁은 결혼관으로 인해 충돌하긴 했지만, 그 충돌이 커다란 다툼으로 번지진 않았었다. 그러나 ‘비밀은 없다’에선 김주혁과 손예진이 심하게 충돌했다. 특히 이번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김주혁이 손예진이 뺨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으니, 그만큼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그 신은 걱정이 많았어요. 중요한 신이었고, 제가 할 게 많았죠. 그래서 디테일한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순간적 폭발이 필요한 순간이면서 예민한 신이었죠. 긴장도 많이 하고요. 제가 잘못하면 몇 대를 맞아야할지 모르니까요. 다행히 두 테이크만에 찍었어요. 그때 (김주혁) 얼굴이 빨개져서 화장을 해야 할 정도였어요.”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를 통해 처음으로 이경미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손예진과 절친으로 알려진 공효진과 ‘미쓰 홍당무’에서 함께 했던 이경미 감독이라는 점, 그리고 처음으로 손예진이 여성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경미 감독님은 ‘미쓰 홍당무’를 인상 깊게 봤었어요. 공효진에게도 들었고, 이번엔 특별한 영화라고 이미 이야기를 들어서 시나리오를 보기 시작했어요. 반가웠죠. 사실 어자 감독님이 더 어려울 수 있는 지점이 있어요. 근데 이 이야기는 여자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같이 공감할 수 없는 지점이 있었을 거예요. 여자들의 이야기, 여자들의 10대, 엄마 이야기 그런 시선들이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를 여자들이 더 즐겨볼 것 같아요.”
올해 2016년, ‘비밀은 없다’ 뿐만 아니라 손예진은 ‘덕혜옹주’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비밀은 없다’에서 그간 관객들이 보지 못했던 손예진을 봤다면, ‘덕혜옹주’에서는 또 다른 손예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팬들에겐 기분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비밀은 없다’ 개봉이 늦춰지면서, 어쩌다보니 한꺼번에 하게 됐어요. 쉬고 싶다가도 시나리오를 보게 되고, 계속 그런 식의 것들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엇보다 이제 쉬어야할 것 같아요. 그런 발랄한 것을 하기 전에 좀 쉬고 하려고요(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