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배우 안성기가 ‘람보’로 변신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맞춤옷을 입은 듯 잘 어울린다. 그리고 강렬하다. 가파른 산속을 이리저리 날렵하게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이 베일을 벗었다.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의 목숨을 건 16시간 동안의 추격을 그린 작품으로, 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충돌하는 인물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엽사 무리와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기성(안성기 분)과 양순(한예리 분), 생존을 위해 무엇 하나 양보할 수 없기에 팽팽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사냥’은 인간의 본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은 물론, 기성의 과거 트라우마를 현재와 맞물려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안성기는 과거 탄광 붕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로 사고 이후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며 사냥에만 매진하는 기성 역을 맡았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으로 다양한 변신을 시도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충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젠틀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덥수룩한 수염과 백발을 한 채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양순이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특히 실제 나이를 잊게 만드는 민소매 차림으로 드러나는 근육질 몸매와 람보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총격 액션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엽사 무리가 기성을 두고 “람보야, 뭐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산속을 뛰고 구르며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한 안성기는 영화를 속도감 있게 끌고 가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의 59년 연기인생에서 ‘사냥’은 색다른 경험을 맛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비가 내릴 때 서로 싸우는 장면을 촬영한 적은 처음이었던 것.
그는 “비올 때 서로 싸우고 하는 장면을 일주일인가 찍었는데 그 중 3일을 비 오는 날 찍었다. 보통 밤에 비 오는 날에는 촬영안하는 걸로 하는데 미리 라이트를 다 설치해서 찍어냈다. 그래서 그런지 비 오는 효과는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총을 시원하게 쏴보기도 하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 될 것 같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깔았다. 람보이긴 한데, 고뇌에 찬 람보다”고 덧붙였다.
‘사냥’은 오는 29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