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재미 없는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는 '노잼(No Jam)'으로 문을 열어, '맥주 두 잔'으로 목을 축여 마음을 다독인다. 고마운 이들에게 '자유시간'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고독한 '옥타빵'에서 칭얼거리다 보면 '커버 업(Cover up)' 속 사랑하는 남자가 떠오른다. 키썸(본명 조혜령)이 지난 23일 발표한 첫 미니앨범 '뮤직(Musik)'에는 24살 조혜령의 현재가 담겨있다.
"음악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정성, 영혼을 실은 앨범이에요. 전곡을 직접 쓰고 만들어서 더 애착이 가죠. 뮤직비디오와 앨범 재킷 작업에도 참여했어요. 곡마다 분위기가 모두 다르죠. 엄청 신나는 '노잼'이 있는 반면에, '커버 업'은 조금 어두운 노래예요."
새 앨범에서는 '노잼' '옥타빵'을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다섯 곡 중 두 곡을 앨범의 얼굴로 내세운 건 그만큼 앨범을 향한 키썸의 애정이 뜨거워서다. '노잼'만이 타이틀곡이었지만, 키썸은 첫 자작곡인 '옥타빵'에도 '타이틀'이란 이름을 붙였다. 첫 미니앨범을 탄생하게 해준 트랙이기 때문이다.
"'옥타빵'은 처음 만든 곡이에요. 제일 늦게까지 작업한 노래기도 하죠. 한 달 동안 제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어 뮤직비디오로 만들었어요. 인생의 한 부분을 찍은 기분이죠. 뮤직비디오를 처음 볼 때는 찡해서 눈물도 나더라고요."
후렴구부터 1절까지 순탄하게 만든 '노잼'은 2절부터 작업이 쉽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어머니의 차키를 훔쳐 친구와 함께 도망치듯 집문을 나섰다. 이 경험은 그대로 가사로 녹아들었다. 키썸의 노래는 이렇듯 삶에 두 발을 딛고 쓰인 것들이었다.
"'맥주 두 잔'은 유성은과 음악방송을 할 때 작곡했죠. 바쁜 스케줄 속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썼어요. '당신의 외로움이 잠시나마 멈췄으면 한다'는 의미의 곡이에요. 지금 들어도 힘이 됩니다. '자유시간'에서는 제가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를 표현했죠. 앨범의 '땡스 투(Thanks to)' 같은 노래예요."
키썸이 직접 쓴 마지막 트랙 '커버 업' 도움말에는 '이 노래 듣고 연락 왔으면 좋겠다'고 적혀있었다. "딱 강렬하지 않나요? 제가 이 노래를 만들었을 때 그 사람에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는 감정으로 작업했어요."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지만, 뜨거운 사랑을 기다리는 키썸의 설렘이 조금이나마 엿보였다.
모든 트랙은 키썸이 세상과 닿고 느끼는 감정을 랩과 노래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24살의 조혜령을 기록하고 싶었다"는 설명처럼 포장 없이 되도록 솔직하게 음악을 빚었다. 랩으로 '예쁜 키썸'을 조각하는 것이 아닌 '음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는 지난해 엠넷 '언프리티랩스타'에서 '키썸'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2013년 경기도 시내버스 차내 방송을 통해 생긴 '경기도의 딸'이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이제서야 '래퍼' 키썸이 됐다. '언프리티랩스타' 이후에는 매달 음원을 발표했다.
"'언프리티랩스타'에 나가지 않았다면 이렇게 활동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이 됐죠. '월간 키썸'이라고 할 정도로 지난해 10월까지 매달 음원을 공개했어요. 함께 곡을 만든 마마무 화사, 주영 등과 호흡도 좋았습니다."
"여성, 남성 래퍼의 차이는 없다"고 말한 키썸은 중학생 때 처음 힙합을 듣고 랩에 완전히 매료됐다. 자신의 의견을 음악에 실어내는 것이 흥미로웠고, 마이크를 잡고 래퍼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는 것보단 '행복'을 쫓아 이 길까지 왔다.
"인생은 내가 만족하면 되는 것 같아요. 살아있을 때 행복한 일을 해야 하죠. 이번 앨범을 작업하기 전에는 회의감 탓에 고민도 많았어요. 놀이처럼 작업하면서 열정이 되살아났죠. 음악적 성장판이 열린 앨범인 셈이에요. 래퍼는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하면서 행복을 따라가는 직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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