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스릴러물을 표방한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의 목숨을 건 16시간 동안의 추격을 그린 영화다.
조진웅은 이 영화에서 금맥을 발견한 후 극단으로 치닫는 정체불명의 엽사 ‘동근’과 그가 금맥을 찾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쌍둥이 형제 ‘명근’ 역을 맡았다. 1인 2역인 데다 누가 봐도 악역이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지, 원래 악한 인물은 아니라는” 게 조진웅의 설명이다.
“(선배님이) 먼저 스탠바이 해서 ‘난 준비 됐어~’ 하는데. ‘잠깐만요, 저 오바이트 좀 하고 올게요’ 할 순 없잖아요. 정말 체력이 좋더라고요. 단순한 체력은 아니구나, 그 연배 때 체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생각해요. 본인의 의지와 의식인 거지, 작업 중간에 많이 느꼈습니다. 한참 후배로서 울컥하기도 했고요.”
촬영장이 산이다 보니 변수는 많았다. 계곡은 미끄러웠고, 의도하지 않는 돌발상황도 생겨났다. 그러다가도 산이 주는 미묘함, 해의 방향, 나뭇잎, 바람 소리 하나까지 예측할 수 없었다. 때론 뭘 해야 하는지 모든 게 멈춰버릴 만큼 멍해지기도 했단다.
“그럴 땐 무조건 제가 할 수 있는 건 회식이죠. 그것 밖에 없어요. 하하. 테크닉 적인 면에서는 대안이 없잖아요.”
“한 번은 ‘시그널’ 찍을 때 식당엘 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악역은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대답 안하고 ‘몰라요’ 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앞으로 극에 필요한 악역이 있다면 할 생각입니다.”
조진웅은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선택했다. 무명시절 자신의 모습이 녹아있는, 미국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드라마 ‘안투라지’이다.
‘안투라지 코리아’는 스타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 블랙 코미디물이다. 극중 연예기획사 대표 역을 맡은 그는 “공감가는 대사가 참 많은 드라마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파닥거려요. 엄청 재미있고 아주 열려있는 캐릭터죠. 말 그대로 내가 놀 수 있는 현장이죠. 이런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정말 행운이에요.”
“물론 아쉬운 부분은 있다. 책에 나온 분량 그개 다였기 때문이다. 쌍둥이라는 점을 좀 더 재미있게 활용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배우로선 재밌겠지만 극 전개상 그 정도 역할로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 ‘시그널’과는 상반된 캐릭터다.
“할리우드 모배우는 자기가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엔 악역은 하지 않을 거라고 선포했더라. 난 그런 건 없다. 진짜 극에서 필요한 안타고니스트가 있다면 해야지. ‘시그널’에서 이재한 역을 할 때 어떤 식당에 갔는데 사장님이 이제 악역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다. ‘연기를 하지 말라는 얘긴가’ 싶어 몰라요 하고 나왔다.”(웃음)
▶ 총격신이 많은 영화였다. 혹시 ‘암살’에서 했던 총격신이 도움이 됐나.
“‘암살’ 당시 총하곤 다르다. ‘사냥’의 총은 산을 탈 때 쓰는 엽총이기 때문에 사격장 가서 연습했다. 튕겨지는 반동 자체가 다르다. 소리도 훨씬 크고. 처음엔 적응이 잘 안됐는데 차츰 재밌더라. 한번은 거리 조절을 충분히 한다고는 했는데 예상했던 지점보다 더 멀리 나가 권율 얼굴에 스크래치가 났다.”
▶달라진 인기를 체감하나. 감회가 남다를 텐데.
“책임감이 든다. 이게 솔직한 심정이다. 고등학교 때 최진실 선배를 정말 좋아했었다. 우상이었다. 안 본 영화가 없다. 언젠가 ‘저도 배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고 시작하는 팬레터를 받은 적이 있다.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예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알 텐데. 하지만 그 길을 나 같은 사람도 해가고 있는데 귀한 집 자식인 당신이 왜 못하겠나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임감이 무겁지만 좀 더 당당하게 배우의 길을 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 tvN 드라마 '안투라지'로 시청자를 만난다.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김은갑 역은 많은 배우들이 탐냈던 캐릭터다.
“한국 대본도 정말 재미있다.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 기대가 많이 된다. 김은갑의 대사 안에 우리 회사 대표가 내게 했던 말이 그대로 담겨 있더라. 정말 내 얘기 같은 대목이 많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