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칸’에서 인정받은 영화 ‘부산행’이 오는 2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선공개된 ‘부산행’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국내에서는 불모지와 같은 ‘좀비 버스터’의 한국판 탄생이라는 점에서 일단 신선했고, 기존의 할리우드식 좀비물이 아닌 한국 정서에 맞는, 여기에 메시지가 녹아있는 재난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주연 배우 공유(37)는 액션에서부터 섬세한 감정연기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노련하게 연기했다. 그 동안의 내공이 집약돼 한방에 터져나온 모양새다. 14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요즘 안팎으로 칭찬이 자자하다”며 인사를 건네니, “행복하긴 한데 그만큼 불안하다.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며 민망한듯 웃었다.
그는 “주변에서 많은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개봉 전에 너무 기대치를 올려놓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만족시키지 못하면 괜히 죄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 보고는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떤 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님을 만나 ‘좀비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냥 신선하고 궁금했다. 주변에서도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인연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이 만드는 ‘좀비물’은 기존의 봤던 그림과 구도를 탈피한 신선함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그게 맞아떨어졌고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완성도에 만족스럽다”며 “무거운 신, 괴기스러운 환경이었지만 배우들 간 호흡은 항상 가볍고 경쾌했다. 그런 즐거운 호흡이 잘 녹아들어간 것 같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공유는 “극화돼 있는 연기 보다는 평범함이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싶었다”면서 “스토리가 워낙 자연스럽고, 배우들 간 호흡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됐다. 특히 딸과의 신들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여운이 깊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아역 배우 김수안은 10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한 연기력을 선보여 일찌감치 충무로에서는 소문난 실력파 스타로 통해왔다. 그는 “(수안은)아역이지만 정말 의지가 됐다”며 “아이답지 않은 프로의 모습, 의연한 대처가 대견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내가 도움을 준 게 아니라 오히려 받기만 한 것 같아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수안이와 작업하면서, ‘부산행’을 찍으면서 결혼과 가정, 아이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 그 이상의 감정이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네 번의 ‘딸 아빠’ 설정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부성’을 전면에 내세운 경험은 없었어요. 영화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는데, 내가 만약 결혼을 해서 아이를 얻게 되면, 그 아이에게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에 대해, 그리고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과 가치관, 시선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할지 막막해지더라고요. 자라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다보면 더 어렵고 무서워지는 것 같아요.”
‘부산행’ 이후 생긴 그의 고민은 또 있었다. 개봉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천만 관객’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천만이라는 수치는 경험한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라 업급 자체가 불편하고 어렵다”면서 “20~30만 겨우 동원하고 내린 작품도 있었고, 내가 참여한 영화는 대부분 수치화된 기록으로는 자랑할 만한 게 없어서 그런지 민망스럽고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묘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물론 좋겠지만, 몇 명이 오던 영화를 보신 관객 분들이 재미있게 보시고 작은 여운이라도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끝으로 “배우로서 올해 유난히 다양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고 좋은 인연들을 맺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의 평가 하나 하나도 중요하지만 내 중심을 잡고, 초심대로 꾸준히 한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 그것이 집약된 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게 언젠가 ‘끝’이 온다면 그때 들을 ‘최후의 평가’가 좋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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