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똑똑똑! 누구니? 수지예요! 너구나. 넌 두드릴 필요 없단다”
김국진은 지난해 2월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강수지에게 이와 같은 손편지를 보내며 시청자들을 알쏭달쏭하게 만들었다. 방송 초기부터 사랑과 우정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던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많은 몇몇 시청자들은 “방송할 줄 안다”며 웃어넘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열애를 인정하며 엄청난 반전을 선사했다.
두 사람의 열애는 모두의 축복과 함께했다. 이는 김국진의 굴곡진 방송생활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아왔던 그는 모두의 축복을 받아 마땅했다.
◇1991년 KBS 공채 개그맨 데뷔, 그리고 감자골
김국진은 1991년 ‘제1회 대학 개그제’를 통해 KBS 공채 개그맨 7기로 데뷔했다. 김용만, 김수용, 박수홍 등과 함께 ‘감자골’이라는 개그팀을 만들어 승승장구했고 1992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순탄할 것만 같던 그의 개그맨 생활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감자골 멤버들은 무리한 스케줄에 반기를 들었고 방송3사 개그맨 협회로부터 제명당하기까지 했다. 이후 미국으로 떠난 김국진은 작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휴식기를 보냈다.
◇1995년 귀국, 전성기의 시작
한국으로 돌아온 김국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전성기’였다. MBC ‘테마게임’과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그는 그야말로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그를 대표하는 유행어는 “어라~?” “여보세요” “밤 새지 마란 말이야” “나 소화 다 됐어요” 등이 있다, 이는 대부분 그가 CF에서 선보였던 대사로 대중은 물론 다른 연예인들까지 성대모사를 하며 호응했다. 평범한 말 한마디도 그의 입을 거치면 유행어가 되는 셈이었다.
당시 그의 인기는 ‘국찐이 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 기업은 김국진의 스티커를 넣은 ‘국찐이 빵’을 발매해 연평균 40억 원을 달성했다고 알려졌다. 김국진은 MBC ‘라디오스타’에서 이를 언급 “부도가 난 회사가 다시 일어났다. 직원들 월급 다 주고, 기업 하나쯤이야 쉽게 살렸다”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2000년 ‘연인들’로 시작된 내리막
김국진은 2000년 성인 남녀의 사랑을 그린 MBC 시트콤 ‘연인들’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당시 커플로 연기호흡을 맞췄던 이윤성과 2002년 10월 결혼에 골인했다. 차인표-신애라, 김지호-김호진을 잇는, 극중의 연인에서 부부로 발전한 또 하나의 스타커플이 탄생했기에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았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결국 2004년 3월 이혼했다. 여기에 방송복귀, 사업, 프로골프 진출 등에 줄줄이 실패했다. 공백기를 가진 후 김국진은 MBC ‘무릎팍도사’를 통해 “인생 폭락 40빵을 맞은 기분”이라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2007년 ‘라디오스타’ MC
MBC ‘라디오스타’는 ‘황금어장’의 자투리 코너였기 때문에 ‘무릎팍도사’ 게스트의 활약에 따라 편성이 들쑥날쑥했고 5분만 방송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제대로 된 진행이 없었기에 ‘난장 토크’라고 불렸으며 ‘토크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기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김국진의 투입과 함께 ‘라디오스타’는 변하기 시작했다.
2007년 9월 신동을 대신해 MC로 투입된 김국진. 시청자들은 전성기가 지나버린 그가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실제로 김국진은 방송 초기 기 센 MC인 김구라-신정환-윤종신 사이에 주눅 들어 보였다. 하지만 4개월의 시간동안 눈에 띄게 적응해갔고 MC들은 물론, 게스트의 멱살을 잡거나 대본을 집어 던지는 그의 모습은 폭소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활동 공백 기간 동안 일어났던 이슈에 둔감한 모습은 재미요소가 됐고 MC들과 게스트 가운데 앉아 토크의 중심을 잡았다. 그렇다고 예능감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현진영의 ‘두근두근 쿵쿵’을 부르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과정은 ‘라디오스타’ 팬이라면 도두 기억하는 명장면이다.
◇2009년 ‘남자의 자격’
‘라디오스타’로 자리를 잡은 김국진은 2009년 KBS2 ‘해피투게더-남자의 자격’이라는 새로운 코너에 출연했다. 이경규가 MC로 나서며 화제가된 이 프로그램은 살아가면서 한번쯤 해보면 좋은 일, 해보고 싶었던 일, 해봐야 하는 일 등을 의미 있게 실천하면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김국진은 ‘라디오스타’로 워밍업을 끝낸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멤버들 사이에 녹아들었고 특유의 재치도 있었다. 그의 활약이 가장 빛났던 장면은 단연 ‘롤러코스터’ 강의였다. ‘남자, 청춘에게 고함’이라는 미션을 통해 강단에 오른 그는 자신의 굴곡진 방송생활을 롤러코스터에 빗대어 표현, 큰 호응을 얻었다.
과거의 전성기, 방송위기, 결혼과 사업 실패 등 그동안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국진의 강의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뤘다. 김국진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줄 아는 ‘남자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2015년 ‘불타는 청춘’
‘남자의 자격’을 갖춘 김국진는 과거의 전성기, 청춘으로 돌아갔다.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은 중견 스타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배우 이근희, 박찬환, 홍진희, 김혜선, 양금석, 백두산 김도균이라는 화려한 중년 라인업이 화제였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김국진과 강수지에게 쏟아졌다.
두 사람은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러브라인에 가까운 우정을 선보였다. 서로 ‘국진꺼’ ‘수지꺼’라는 글씨를 손에 새기는가 하면 기습 백허그, 볼키스, 어부바를 하며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2016년 8월, 열애를 인정하며 시청자들에게 미소를 안겼다.
두 사람의 열애 기사에서는 악플을 찾아보기 힘들다. 각자 한 차례 사랑의 아픔을 겪었고 서로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은 웃음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김국진의 삶이 강수지와 함께 끝나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