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7년차 커플 김민기와 홍윤화, 이들이 ‘콤비’로 사는 비법을 밝혔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 ‘윤화는 일곱살’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홍윤화와 김민기. 코너에서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매로 나오지만, 이들은 사실 사귄지 7년이나 된 연인이다.
개그를 짤 때에는 한껏 예민해져 싸우기 일쑤라는데, 이들은 7년을 사귀고 ‘개그 콤비’로 살면서 기억에 남을 만큼 크게 싸운 건 딱 세 번 뿐이란다. 아직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꿀’이 떨어질 만큼 다정한 두 사람의 개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 사진제공=SBS |
Q.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됐나. 보통 개그맨들이 코너 짤 때 많이 싸운다고 하던데 두 사람은 싸운 적 없나.
A. (김민기, 이하 김) 사귄지는 7년, 정확히 말하면 2293일 정도 됐다. (너무 정확하게 얘기해서 옆에서 듣던 홍윤화도 깜짝 놀랐다.) 우리는 개그를 하다가 연인이 됐다. 개그를 함께하기 시작할 때 많이 싸웠으니, 남들보다는 좀 미리 싸웠다고 해야 하나.(웃음) 사귀기 전에 이미 서로의 의견 차이를 수렴한 상태에서 사귀게 됐다.
개그맨들은 자신의 개그에 대해 고집이 세다. 내 개그가 ‘재미없다’고 하면 나의 인격을 깎아 내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많이 싸우고들 한다. 그래서 저는 윤화가 낸 아이디어가 부족할 때에는 최대한 돌려 말하고, 다른 아이디어를 덧붙여서 ‘그것도 좋은데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해준다.
(홍윤화, 이하 홍) 지금은 김민기 오빠를 전적으로 믿고 있다. 오빠는 내용을 푸는 방법을 잘 안다. 오빠의 개그에는 흠잡을 것이 없다. 재미없나 싶다가도 금세 재밌어진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 사진제공=SBS |
Q. 서로 잘하는 게 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게 다르나.
A. (김) 저는 개그적인 분야이고, (홍)윤화는 연기적인 분야다. 제게는 말이 중요하고, 윤화는 말을 풀어서 연기로 표현한다. 제가 짧게 웃기는 스타일이면, 윤화는 여러 번 웃길 수 있는 파워가 있다. 처음엔 이런 ‘연기적 개그’를 경험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둘이 많이 부딪혔다. ‘나와 다른 세계가 있구나’ 싶었다. 그걸 인정하니 더 시너지가 많이 났다.
(홍) ‘홍여사’라는 코너를 할 때 가장 부딪혔다. 그땐 시끌벅적 했지.(웃음) 오히려 ‘민기는 괴로워’ 코너를 할 때에는 편했다. 오빠가 말로 웃기면, 저는 그 호흡을 잡아서 연기적으로 푸니까. 서로 재밌는 포인트가 다르다. 서로의 개그를 인정하고 맞춰가다보니 코너도 자연스럽게 오래 하게 됐다.
Q. ‘윤화는 일곱 살’도 장수 코너 중 하나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A. (김) 가끔 뉴스를 보면 아이들에 관한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많이 나오지 않나. 실제로 PC방에서 아이들을 마주치고 그러면 욕을 하거나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아이들을 가끔 보게 됐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윤화를 어린아이로, 저는 학생으로 설정해서 우리를 보고 어른들도, 아이들도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코너를 짜게 됐다. 윤화를 아이로 설정한 이유? 저는 코너를 짤 때 처음부터 윤화를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짠다. 개그를 짤 때에는 사람들이 윤화를 많이 알아봐줬으면 좋겠고, 윤화가 그 재능을 잘 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다.
(홍) 오빠가 예전에 제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빠가 이거 열심히 짜서 너 올해 우수상 만들어줄게’ 그랬는데 정말 그 해에 우수상을 탔다. 그 다음에는 ‘내가 이거 열심히 짜서 올해에는 최우수상 받게 해줄게’ 이랬는데 정말 최우수상 탔다.
Q. 하지만 개그를 하면서는 분명히 서로 다른 부분이 있을 거다. 어떻게 조율하나.
A. (김) 윤화의 캐릭터로는 무조건 호감 가는 걸로 만든다. 윤화가 제 기준에서 ‘좋은 개그’를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그 기준이란 걸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억지스럽거나, 굳이 웃기려고 하거나, 코너에도, 윤화에게도 안 어울리는 건 윤화에게 ‘그거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과감하게 얘기 한다.
(홍) 저는 조금이라도 더 웃음을 끌어내려고 하는데 오빠는 옆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초반엔 좀 싸웠다. 하지만 오빠는 항상 다른 방향으로 제시해준다. 저는 ‘날 것’의 웃음이라면, 오빠는 그 ‘날 것’을 회 뜨고 요리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서로 배운다. 서로 보는 시각이 다르니 그만큼 빈틈없는 개그가 완성되고. 전 원래 다른 사람 말 잘 안 듣는데 민기 오빠의 말은 ‘다 옳습니다!’다.(웃음)
(김) 서로 뭘 하면 나빠보이고 좋아보이는 지를 잘 알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왔다. 기적인 것 같다. 어떤 것에서 100프로가 있으면, 윤화는 항상 그걸 2천프로로 만들어준다. 개그를 짠 입장에서는 이렇게 살려주니 늘 고마울 수밖에 없다.
↑ 사진제공=SBS |
Q. 함께 일하면서 사랑하니 좋은 점은 어떤 게 있나.
A. (김) ‘사내 커플’이라 불편한 거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싸울 일이 없으니 불편한 점도 없다. 그저 좋기만 한데. 집도 200m 사이에 있어서 늘 함께 있고, 행복하다. 윤화가 방송에서 가끔 제 얘기를 할 때 자막으로 제 사진이 뜨지 않나. 저는 그 정도만으로도 만족한다. 제 ‘신비주의’에도 잘 맞고.(웃음)
(홍) 제가 오래 전에 개그를 그만 두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걸 붙잡은 게 오빠다. 전 제가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는 ‘이렇게 잘 하는데 왜 안 보여주고 그만두냐, 이해가 안 된다’며 절 잡았다. 전 조리하는 법을 모르니 제 ‘끼’를 보여줄 방법을 몰랐던 거다. 오빠가 그 ‘끼’를 보여주는 방법을 알려줬다. 지금까지의 ‘홍윤화’는 다 오빠가 차려준 밥상이라고 봐도 된다. 전 정말 오빠한테 고맙다. 늘 이렇게만 지냈으면 좋겠다.(웃음)
김민기는 1983년 11월
([M+개그人②]에서 계속)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