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 드라마 '굿와이프'는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김서형, 나나 등 다수 배우들의 진가를 확인하게 한 작품이었다. 그 중에서도 안방 시청자들이 잠시 잊고 있던 유지태의 저력은 그야말로 '역시'였다.
유지태가 연기한 극중 이태준은 아내 혜경(전도연 분)을 향한 사랑과 가족애, 권력욕 사이에서 갈등하는 잘나가는 부장 검사.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방법도 불가피하다 생각하고, 대의를 위해 더 큰 힘을 갖는 거이 정의라 믿는 인물이다.
일도 사랑도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밀어부치곤 하지만, 태준이 저지를 일련의 부적절한 행동들로 인해 지난 15년간 그를 믿고 따라준 혜경의 심경에 변화가 생기면서 부부 사이는 물론, 태준의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원(윤계상 분)에게 마음이 떠난 혜경을 붙잡기 위해 중원을 판사 뇌물 수수 혐의로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 모습조차 혜경과 시청자들에게 잇속 챙기기에 바쁜 이기적인 남편의 모습으로 비춰질 뿐. 이미 선악이 불분명한 현실에서 옳고그름에 대한 판단이 둔감해지고 그저 이기는 데만 익숙해진 태준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유지태의 열연은 단연 돋보인다. 사랑하는 아내에겐 꿀이 떨어질 것만 같은 눈빛을 보내지만 짓밟고 넘어서야만 하는 이들에게는 살의가 느껴질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과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상대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부드럽다가도 한순간 차갑게 식어버리는 유지태의 눈빛은 마치 공기의 온도마저 변화시킬 정도였고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몰입감은 배가
전형적이면서도 납득이 가는 '나쁜 남자' 이태준이 시청자의 높은 지지를 받게 된 데는 유지태의 '거부할 수 없는' 섹시 카리스마다. 덕분에 유지태는 모처럼 작품을 통해 애칭을 얻게 됐는데, 이름하여 '쓰랑꾼(쓰레기와 사랑꾼의 합성어)'. 과연,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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