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에게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은 ‘진정성’과 ‘관록’이었다. 두 단어로 ‘무한도전’을 정의하던 서 교수는 “‘무한도전’에 고맙다는 말을 한 번쯤은 꼭 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 22일 서울시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만난 서경덕 교수는 이미 ‘무도’과는 막역한(?) 사이다. 2010년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전광판에 내걸 한국 홍보 영상을 ‘무한도전’ 팀과 함께 했고, 지난 2015년 다카시마 공양탑에 ‘무한도전’ 하하와 함께 방문한 바 있다. 그런 서 교수에 지난 20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도산 안창호 특집’은 남다른 의미일 터. 그는 “제작진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하시마섬 특집을 진행하면서 ‘무도’ 김태호 PD가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알게 됐다. ‘무도’ 팀과 함께 하면서 느낀 건 정말 ‘진정성’이 대단하다는 거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지난해 촬영을 위해 하시마섬을 두 번 입도했다. 사실 배에서 섬 외부만 찍어도 되지 않나. 하지만 제작진과 하하가 그 다음 주말 일정을 비워서 섬에 또 갔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도 그렇게 해내더라.”
서 교수는 지난해 ‘무도’ 팀과 협업을 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고민을 거듭하는 제작진의 노고를 눈으로 직접 봤다. 역사에 관련된 부분이니 단어 선택 하나가 신중했다던 서 교수는 “당시에 작가들과 얼마나 많은 시간 통화했는지 셀 수 없다”며 미국 LA에서 진행된 ‘도산 안창호 특집’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 말했다.
“이번 ‘도산 안창호 특집’을 보면서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을까 싶었다. 엄청난 조사 끝에 특집을 진행하고 많은 고민을 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며 편집을 한다는 걸 지난해에 함께 하며 알게 됐다. 카메라 감독님들도 시시때때로 역사에 관련한 것들을 제게 물으며 ‘이런 점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면 되냐’고 세세하게 체크를 하더라. 역시 ‘프로들은 다르다’고 생각을 했었다.”
서경덕 교수는 “LA에 간 김태호 PD가 무엇을 묻기 위해 잠시 제게 전화를 걸었을 때조차 고민을 거듭하는 게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제작진을 보며 서교수는 “오랫동안 지켜봐온 ‘무도’의 가장 큰 힘은 진정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제작진과 ‘무도’ 멤버들의 고민과 진심은 시청자들에게도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진다. ‘제대로 보여주자’는 그 진심이 시청자들을 움직이는 게 아닐까. 유재석 씨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로 느껴서 말하는 거다. 제작진뿐 아니라 멤버들의 노력도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강제징용된 한국인들의 유골이 묻힌 다카시마 공양탑이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 ‘무도’를 통해 전해진 후 서경덕 교수는 참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 교수는 “신혼여행지를 다카시마 공양탑으로 바꾼 예비 부부도 있었고, 하시마섬과 다카시마 공양탑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연락이 쏟아졌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방송이 나간 후 누리꾼들과 모금 운동을 하고, 젊은이들과 벌초도 했다. ‘무도’의 힘은 메시지만 던지는 게 아니라 누리꾼들이 무언가 움직일 수 있도록 ‘제안’을 한다는 거다. ‘도산 안창호 특집’ 또한 마지막에 도산공원 방문으로 마무리 한 것도 비슷한 이치다. 아마 방송이 끝난 후 도산공원에 참 많은 분들이 방문했을 거다. 감동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작은 것이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바로 ‘무도’의 강력한 힘이라 생각한다.”
서 교수는 “이제 ‘무도’는 관록이 붙은 것 같다”며 ‘한국 홍보’ 20년차인 그의 입에서도 대단하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재미와 감동 사이를 적절하게 오가면서 중요한 부분을 ‘탁’ 짚어내는 ‘무도’의 능력은 10년을 뛰어온 ‘무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서경덕 교수는 말했다.
“‘무도’를 보며 느낀 건 ‘관록’이 붙었다는 거다. 역사가 어렵고 건드리기 힘들다는 인식을 넘어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 ‘의미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무도’ 제작진과 한 적이 있다. ‘도산 안창호 특집’의 우체국, 인터체인지 등을 돌아보는 도입부도 대단한 편집이지 않나. 관록이 재미와 감동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무도’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최근엔 ‘무도’뿐 아니라 KBS2 ‘1박2일’도 안중근 편을 방송하는 등 역사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 교수는 “요즘 참 예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1년에 한 번 정도는 역사특집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서 교수는 시청자들에게도 ‘작은 부탁’ 하나를 남겼다.
“‘지속성’은 시청자 스스로가 관심을 가지고 이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나올 수 있다. 그 노력은 작은 행동으로 비롯될 수 있다. ‘도산 안창호 특집’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도산공원을 방문하거나 위인전 한 권을 사는 식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던진 메시지를 받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을 찾으면 된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걸 잊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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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