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은 이 작품을 선택해 완성하기까지,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차승원은 자신의 오랜 배우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유준상은 촬영에 임하는 매순간이 행복했다며 미소지었다. 신동미는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이처럼 감독과 배우들의 산고와도 같은 고통 속에서 탄생했다.
이 소중한 절경을 배경으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삶이 우직하게 펼쳐진다. 감독은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함이 아닌, 오로지 백성들과 나누고자 했던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에 시선을 돌린다.
사실 김정호는 평민인 신분 탓에, 유명세에 비해 남겨진 역사적 기록은 거의 없다.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도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며 그에 대한 기록들을 다 합쳐봐야 A4용지 한 장 분량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영화에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대동여지도’에 담긴 김정호의 애민 정신을 뼈대로 한 남자의 굴곡진 삶이 그려진다. 감독은 혼란의 시대, 그의 지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주변의 희생에도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김정호의 정신에 오롯이 집중한다.
부족한 고증을 채울 영화적 장치들이 부실해 전반적으로 지루한 감도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곳곳에 ‘아재 유머’를 심어놔 웃음을 유발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삼시세끼’ ‘네비게이션’ 등의 1차원적 유머는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전개방식도 고루하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순간에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착하기만 한 딸 순실과 여주댁, 가슴이 뛴다는 이유만으로 인생 전부를 건 김정호, 그를 둘러싼 권력층 등 모든 캐릭터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그려진다는 게 아쉽다. 전하고자 하는
‘대동여지도’와 ‘독도’, 역사적 인물의 꿋꿋한 절개와 애민 정신 등 분명히 우리가 되짚어야할 역사적 사실들이 담겨 있어 의미는 깊지만 영화적으로는 한계점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9월 7일 개봉.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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