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드라마 복귀. 그리고 두 번의 눈물.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는 배우 전도연(43)에게 특별한 작품이었다. 늦봄부터 시작된 ‘굿와이프’ 촬영은 폭염이 한창이던 8월 끝이 났다. 4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낸 전도연은 무거운 짐을 훌훌 내려놓은 듯 홀가분해보였다.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드라마의 90%가 제 분량이라는 기사가 날 정도로 분량이 많았어요. 대사도 너무 많았고요. 특히 법정 드라마라 전문적인 대사가 많아서 감독님이 못 외우면 현장에서 끊어가도 되니 걱정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매일 도망치고 싶었는데. 정말 저 자신이 기특하고 감사해요. 솔직히 저는 제가 못할 줄 알았어요.”
얼마나 고됐을까. 전도연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눈물의 이유를 묻자 “혜경을 떠나보낸 상실감 같다”고 말했다. 짧다면 짧은 4개월이지만 “전도연보다 김혜경으로 더 오래 산 기분”이라며 감회에 젖었다.
4%의 시청률로 출발한 ‘굿와이프’는 마지막회 16회에서 평균 6.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냈다. 전도연은 ‘굿와이프’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와 자신을 오랫동안 사랑해 온 서중원(윤계상 분) 사이를 오가며 고민하는 여자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김혜경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특히 드라마 마지막에 김혜경은 이혼을 결심한 뒤 서중원에게 간다고 했지만, 남편 이태준과 쇼윈도 부부로 남는다. 화제의 결말, 뜻밖의 김혜경의 결정. 전도연은 어땠을까.
“사실 처음 대본은 혜경이 태준의 국회의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는 거였어요. 근데 제가 가겠다고 했어요. 태준이와 15년간 부부로 같이 살면서, 욕망과 야망을 이해하게 된거죠. 태준이를 이해해줄 사람은 혜경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기는 것보다 포용하는 여자가 혜경이예요. 용서와는 다른 거죠.”
전도연은 극중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한 김혜경의 ‘성장 스토리’를 어색하지 않도록 연기해냈다. 수동적인 여자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후 ‘나’에 대해 스스로 자문자답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섬세한 터치로 연기해냈다. 주름살 하나 커버하지 않은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감탄을 자아냈다.
“피부에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게 아직은 좋은 것 같아요. 내가 편안해야지 보는 사람도 편안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촬영하는 동안 피부 트러블이 있어서 선크림을 바르지 못했어요. 그래서 주근깨가 올라왔는데 감독님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기에 그냥 두라고 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아직까지는 제가 편안한 것이 더 좋아요. 물론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여배우, 하지만 그런 기대감을 더 이상 부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도연. 그는 “단지 주어진 것에 최선을 잘하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한다며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일까.
“‘전도연스러운’ 선택을 응원하고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열심히 하려고요. 일도 그렇고. 사는 것도 그렇고.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