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희 작가님의 전작 ‘따뜻한 말 한마디’에 잠깐 출연했던 적이 있어요. 드라마 제목처럼 따뜻한 작품이라 믿음이 갔는데 이번 ‘닥터스’ 역시 따뜻한 드라마였죠. 팀 자체도 따뜻했어요. 모난 사람 하나 없이 다들 잘 지냈죠. 팀워크가 좋아서 드라마도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지난 달 종영한 SBS ‘닥터스’(극본 하명희/연출 오충환)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의사가 된 두 남녀가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며 성장하고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메디컬 드라마로 시청자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국일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홍지홍(김래원 분), 유혜정(박신혜 분), 정윤도(윤균상 분), 진서우(이성경 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사연 속 성장하고 또 성숙해가며 마지막까지 ‘닥터스’스러운 스토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4개월간 동고동락한 신경외과 의국원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닥터스’의 주인공. 그 중에서도 일명 ‘신경외과 멍멍이’로 통한 의국장 강경준(김강현 분)은 전 캐릭터를 이어주는 이른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1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배우 김강현은 “초반에 경준 캐릭터를 잡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캐릭터에 대한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음을 언급했다.
“처음엔 무게감 있는 인물로 갈까 했지만 감독님이 나의 밝은 매력이 좋다며 ‘연기변신은 다음 작품에서 하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해 밝고 코믹한 이미지로 가게 됐어요. 감독님 조언대로 귀엽게 표현해보려 했는데, 제 목소리톤과 캐릭터가 잘 잡힌 것 같아 감독님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대중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전작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천송이 매니저 역할과는 달리, ‘닥터스’의 강경준은 선배 뿐 아니라 후배도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 표현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고.
그는 “의국은 위-아래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기 때문에 나이 어린 윗사람들이 혼낼 때 주눅 드는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다. 또 의국 중간 입장이다 보니 때로는 카리스마도 잡고 소리도 지를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천송이 매니저’ 아닌 ‘닥터스 경준쌤’이라는 캐릭터를 얻게 된 것은 ‘닥터스’를 통해 얻은 수확 중 하나다.
“‘별그대’를 뛰어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반반의 마음이에요. 옛날엔 무조건 ‘별그대다’ 라는 반응이 컸는데 이젠 ‘닥터스다’ 하시니까, 천송이 매니저 아닌 경준 치프로 인식됐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쁩니다.”
모든 게 완벽했던 ‘닥터스’지만 개인적으로 “로맨스가 진행될 듯 안 진행된 건 아쉽다”고 한다. “순이랑 잘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끝나 아쉽더라고요. 작품 속에서 메인 커플 아닌 제2, 제3의 커플이 주는 잔재미도 있잖아요. 언젠가 작품에서 로맨스를 꼭 그려보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연륜이 있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하.”
2000년 연극 ‘총각파티’를 시작으로 무대와 스크린에서 주로 활약해 온 그는 어느새 출연하는 작품마다 ‘최적화’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 김민희의 동료 은행원으로 출연했을 당시엔 보조출연자로부터 ‘실제 은행에서 근무하는 분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로 ‘실사’에 가까운 열연을 펼쳤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건 3년 전 개봉한 영화 ‘연애의 온도’ 이후였어요. 솔직히 그 때도 평상시 했던 연기라 그렇게 많이 좋아해주고 웃으실 줄 몰랐는데 개봉 일주일 뒤부터 러브콜이 왔어요. 신기했죠. 관계자들로부터도 신선하다는 반응에, 작품 함께 하자는 말씀도 많이 들었어요.”
이후 SBS ‘황금의 제국’을 통해 드라마 환경을 경험한 김강현은 신드롬급 인기를 모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시청자들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황금의 제국’ 땐 드라마 환경이 처음이라 너무 어려웠는데, ‘별그대’를 통해 조금씩 적응 됐고, 이번 ‘닥터스’는 더 적응하게 됐죠.”
“명품조연, 씬스틸러 칭호를 받고 있는 선배들이 워낙 많잖아요. 저에게 그런 표현은 아직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냥 전 캐릭터에 최적화된, 역할에 스며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디서 들었는데 더 좋은 말이 있더군요. 심(心)스틸러라고 하하. 시청자의 마음을 훔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스로의 행보는 최초 본인이 꿈꿔 온 배우상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배우는 꾸준히 오래오래 사랑받는 배우,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는 배우에요. 가령 송해 선배님의 경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시니 젊은 친구들도 알잖아요. 저 역시 그렇게 배우로서 오래 사랑받고 싶습니다.”
‘인생작’에 대한 포부도 드러냈다. “송강호 선배님을 너무 좋아하는데, 많은 작품들이 다 좋지만 저는 ‘살인의 추억’이 그 분의 인생작인 것 같아요. 저 역시 ‘별그대’도 ‘닥터스’도 열심히 했고 큰 사랑을 받았지만, 앞으로 계속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나에게 정말 맞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이를 위해 김강현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갈 계획이다. “‘별그대’가 봄옷이었다면 ‘닥터스’는 여름옷이고, 또 가을옷, 겨울옷이 또 있을테죠. 또 언젠간 월별로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날 수도 있겠죠?(웃음)”
psyon@mk.co.kr/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