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로맨틱 코미디와 액션 작품을 쌓아왔던 배우 오지호(40)는 영화 '대결'에서 데뷔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현피(온라인에서 만난 사람과 실제로 만나 싸우는 행위)를 즐기는 게임회사 CEO 한재희를 연기했다. '절대 갑'인 그는 '절대 을' 풍호를 연기한 이주승(27)과 한바탕 대결을 펼친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인 지난 13일 오지호와 만났다.
"언론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작품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취지에 어울리는, 쉽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된 듯했죠. 최근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의 영화들이 많아요. 추석 때 오락영화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깔끔하게 만들어졌지만 '남성이 조금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대결'은 취업준비생 풍호가 돈내기를 하는 현피로 용돈을 벌다가 형인 강호를 의식불명으로 만든 한재희에게 복수하는 영화다. 연출한 신동엽 감독은 '대결'에 1979년 개봉한 '취권'을 오마주했다. 풍호가 취권으로 강해진 뒤 한재희와 마지막 혈투를 벌인다.
"남자들에게 주먹 세계나 취권에 대한 향수가 있죠. '주먹으로 지구를 지키리라' 같은 거 말이에요. 취권이라는 주제가 과거에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만화 같은 느낌이죠.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까 싶었는데, '현피'와 잘 결부해서 표현됐어요."
오지호는 '대결'에서 현피에 나서는 한재희를 그리면서 얼굴이 반쯤 가려지는 가면을 썼다. "누가 봐도 오지호 같아서 긴가민가했다"고 말한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하게 하는 가면이었다. 냉혈한 현피 살인마의 섬뜩한 눈빛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 렌즈도 착용했다.
"그동안 형사 역할로 취조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취조를 당했죠. 비릿한 미소나 시계를 만지작거리면서 상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표정들에 신경 썼어요. 무술 같은 경우에도 살인적인 기술들을 보여주면서 한재희를 전하려고 했죠.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애드리브로 대사를 했습니다."
두 남자의 피비린내 나는 액션을 담은 '대결'은 엔딩을 향해 달려가면서 오지호와 이주승의 치열한 몸싸움이 시선을 끈다. 이들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장면은 4박 5일 동안 촬영했다. 두 배우의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이)주승이가 태권도 4단이고,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죠. 취권도 잘하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는 액션보다는 감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줬죠. 주먹에도 감정이 있는데, 제가 경험들이 많으니까 설명한 거죠.
1998년 CF로 데뷔한 오지호는 2000년 '미인'부터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KBS 2TV 육아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출연했다. 20대 초반부터 달려온 그는 세월의 흔적이 쌓여갈수록 한결 여유가 생겼다.
"어렸을 때는 놀고 싶기도 하고, 일하고 싶기도 했죠. 결혼하고 난 뒤에는 많이 바뀐 듯해요. 일 하나를 해도 최대치로 생각하고 몰입하죠. 작품에서 동작 하나하나에도 연구하는 중이에요.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드는 게 연기하는 데에도 좋고, 덕분에 연기가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올해에만 5개 작품을 하고 있다는 오지호는 배우가 대중에게 헌신하고 감동을 주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남길 만한 작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갈증을 전한 그는 '대결'을 향한 기대를 드러냈다.
"온 가족이 다 봤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대한 고뇌가 있는 10대에서 30대는 위에 서 있는 갑을 향한 한방의 통쾌함을 느끼실 거에요. 40대에서 50대는 '취권'이라는 향수와 '현피'라는 새로움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역시 무술은 취권이야'라는 것도요."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