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호란 그리고 클래지. 혼성 3인조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가 꼭 본인들 같은 음악으로 돌아왔다.
클래지콰이는 20일 0시 정규 7집 ‘트래블러스(Travellers)’를 발표한다. 솔로 활동을 해온 멤버들이 뭉친 앨범은 2014년 '블링크(Blink)' 이후 2년 만.
앨범 발매에 앞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쇼케이스를 연 이들은 클래지콰이로의 컴백을 앞둔 소감과 ‘클래지콰이스러움’에 대한 견해를 조심스럽고 또 명쾌하게 드러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래 안 한지 오래 됐는데, 클래지콰이는 시작점이잖아요. 너무 가족 같은 팀이라 불편한 점은 언제 모여도 없는 것 같아요.”(알렉스)
클래지콰이로의 컴백은 그 계기를 설명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늘 한결같은 편안함은 각각의 ‘태생’이 클래지콰이임을 재확인시켰다.
“항상 한결같았었기 때문에, 모이면 늘 편안하고 각자 자기 역할을 하게 됐어요. 클래지씨가 서로의 음색이나 느낌에 따라 작업을 해주면 알렉스와 제가 녹음을 하고요.”(호란) 12년의 호흡은 팀 결성 이래 가장 바쁘게 진행된 작업 일정임에도 무사히 ‘데드라인’을 맞추게 했다.
앨범은 삶이라는 여정에서 스치는 소소하고 익숙한 풍경들을 따뜻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담았다. 이방인이자, 동시에 치열한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인들의 삶의 단편을 10곡의 노래를 통해 쉽고 편안하지만 가볍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했다.
이를 표현한 음악은 말 그대로 ‘클래지콰이스러움’ 그 자체였다. 세 명이 들려주는 변함없는 하모니와 여전히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리드미컬함은 시대를 뛰어넘는 특유의 세련됨으로 완성됐다.
이에 대해 호란은 “일반적으로 클래지콰이가 어떤 특정 음악 장르를 한다고 떠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것들이 버무려져 클래지의 편곡과 사운드메이킹으로 나왔을 때, 클래지콰이의 색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장르적이라기보다 색깔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온 것 같다”는 자평. 이같은 ‘클래지콰이 색(色)’의 기저에 대해 프로듀서 클래지는 스스로를 낮추고 멤버들을 높이는 ‘현답’을 내놨다.
“작업을 할 때 ‘이번엔 클래지콰이 범주에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진 않아요. 클래지콰이 색채에 가장 큰 의미는 알렉스와 호란의 목소리에 있죠. 혼성 그룹이 별로 없는 요즘 시대에 알렉스 호란이 어우러진 음악 자체가 클래지콰이 고유의 컬러가 될 수도 있겠고요, 악기 사용이라던가 어떤 디테일적으로 ‘클래지콰이스러운’ 느낌을 표현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작업을 마쳤을 때 클래지콰이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제 작곡의 한계도 있겠지만 두 사람의 목소리가 융합돼 만들어진 컬러인 것 같습니다.”(클래지)
한 때 시대를 앞서가고 또 풍미했던 12년차 프로젝트 팀인 이들은 지금, “현 시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우리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들 스스로 클래지콰이는 대중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생각하고 있을까.
호란은 “쉬운 질문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도 아니고”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면서도 “클래지콰이 음악은 대중 그리고 팬들에게,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멜로디나 음악 같은 경우도, 처음 클래지콰이가 데뷔했을 땐 ‘이런 음악이 있었어?’라며 앞서가는 음악, 기존에 없던 음악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익숙한 장르가 됐죠. 하지만 클래지콰이 음악은, 클래지 오빠 안에선 익숙하지만 클래지콰이를 벗어나면 듣기 쉬운 진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많이 있는 서사적인 멜로디보다는 조금 더 디자인적인, 툭툭 끊어지기도 하고 화성이 벌어지기도 하는 세련된 느낌이랄까요. 익숙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지만 이런 식의 멜로디 메이킹도 클래지콰이만의 색을 만드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알렉스와 호란의 보컬 역시, 익숙하지만 정통적 의미의 가창을 구사하는 사람이라거나 정통적 감정 표현, 고음 표현, 음색을 가진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요. 뭔가 좀 정규 음악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 같은 보컬을 구사하는데, 거기서 오는 익숙한 듯 이질적인 느낌이 클래지콰이의 느낌을 만드는 것 같아요.”
타이틀곡 ‘걱정남녀’는 쉽고 편안한 멜로디와 경쾌한 그루브의 라틴 비트, 건반과 브라스, 기타, 코러스 등 모든 소리를 세심하게 조율하고 배치한 곡이다.
알렉스와 호란의 달콤하고 섬세한 보이스, 집착과 애정의 경계에서 연인들이 흔히 겪는 감정들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본연은 사랑 노래지만 대놓고 사랑을 노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클래지콰이의 변화라 할 만 하다.
이에 대해 클래지는 “‘러브’로 시작되는 제목이 너무 많아 경기 일으키며 러브라는 제목은 뺐다”고 너스레 떨었다.
음원차트 1위 공약으로 “삭발”을 입 모아 외친 알렉스, 호란과 달리 클래지만은 “국내 최대 차트에서 일주일간 1위를 유지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덧붙이며 음원차트 성
이들은 오는 2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또 10월 22~23일 열리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2016(GMF2016) 등 대형 음악 페스티벌 무대을 통해 음악 팬들을 만난다.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