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당대 최고의 세도가이자 왕위를 노리는 외척 김헌(천호진 분) 일당에 맞서 백성을 위한 조선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의 성장기에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한 나라의 국모를 살해하고 이를 비밀로 묻을 수 있을 만큼, 왕보다 실세인 영의정 김헌 일당의 의심을 누그러뜨리려 겁 많고 허당기 강한 왕세자인 척 연기를 펼쳤던 영. 덕분에 내시들에게는 똥궁전이라 불리며 기피 대상 1호가, 대신들에게는 컨닝페이퍼를 읊조리는 문제적 세자로 인식됐지만, 그들의 뒤에서 영은 조선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대리청정을 시작한 후, “문제 낸 사람도 김씨고, 급제를 한 사람도 김씨”인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이 직접 문제를 출제, 올바른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모든 대신이 영의 첫 상참(아침 조회)에 참여하지 않는 위기도 있었지만, “소신의 나무 그늘 아래 몸을 피해 보는 건 어떠냐”의 김헌의 도발에도 “그늘 아래 있자고 발아래가 진창인 걸 못 봐서야 되겠습니까”라며 당당히 맞섰다.
특히 연인 홍라온(김유정 분)의 존재는 영이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라온과 위기를 넘기며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과거의 자신을 상기,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기 때문. 예판의 여식과 혼인을 하면 지지 세력을 얻을 수 있지만, “저의 방식으로 제 사람들을 모을 것”이라며 거부,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질 것을 다짐한 이유기도 하다.
“한 명, 한 명이, 세자의 단 하나뿐인 백성인 것처럼 지켜 주세요”라던 어머니와의 약속처럼 역모죄로 끌려온 풍등 소녀(강주은 분)를 풀어줄 것을 명령, “열 살 아이가 글보다 세작 노릇을 먼저 배운 것이 사실이라면, 엄중 문책 받아야 할 사람은 나와 그대들이다”며 대신들을 꾸짖고, 다산 정약용(안내상 분)을 찾아가 “바로 지금처럼 저를 가르
“아이가 아이답게, 여인이 여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영. 그렇다면 아버지 왕(김승수 분)가 그리도 두려워하는 역적 홍경래의 딸인 홍라온을 마주하게 되면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