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삶은 진지하다. 진지해 보이지 않아도 진지하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영화 '춘몽' 속 바보 같아 보이는 남자 셋도 그렇다.
진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진지함이 묻어난다. 사랑을 갈구할 땐 어떤가. 특히나 더 진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진지함을 어떻게 표출하는가의 문제는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동네 건달인 해파리 형님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와 조직에서 쫓겨난 익준(양익준), 1년이나 공장에서 일했지만 6개월분 임금을 받지 못한 탈북자 정범(박정범), 간질과 틱장애로 고생하는 고향주막의 건물주 아들인 종빈(윤종빈). 이들은 고향주막의 사장 예리(한예리)를 좋아한다. 마음을 표현 방법은 각자가 다르다.
익준은 껄렁거리지만 예리를 위하는 마음이 온전히 드러난다.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도 내재해 있다. 정범은 무심한 듯 신경 써주는 스타일이다. 밤에 홀로 올 예리를 마중 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 들켜 핀잔을 듣는다. 종빈은 장난기가 넘치지만 예리를 지켜준다. "가슴 만져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으나 포기하고 만다.
예리가 운영하는 고향주막은 이들의 유일한 안식처다. 예리도 세 명의 남자로부터 상처를 치유할 힘을 얻는다. 예리도 평범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중국 연변 출신의 그녀는 전신마비로 휠체어 신세인 아버지를 봉양한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찾아온 그는 병든 아버지를 버리고 싶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
'춘몽'은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순 없다. 대결 구도와 갈등 구조도 있으나 사랑을 찾아가는 분위기를 전하진 않는다. 사랑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삶 추구가 좀 더 이 영화의 주제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일반 관객에게 이 영화가 특이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장률 감독은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현재이지만 현재 같지 않은 공간인 수색역 주변을 통해 등장인물들과 여정을 함께한다.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도와주며 의지하는 모습이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을 전하는 것 같다.
결말에서는 그 느낌이 더 강렬하다. 별로 달라진 것 없어 보이지만 등장인물들이 힘없어 보이는 이유는 누군가의 부재라는 결말 때문이 아닐까?
배우 한예리의 매력은 이번에도 넘친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그의 매력이 이번에도 영화 전체를 감싼다. '극적인 하룻밤'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최악의 하루'가 더 나았고, '춘몽'이 더 좋다. 한예리는 싫증이 나지 않는다.
감독들의 연기도 흥미로운데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
"통일된 조국에서 만납시다"라고 말하는 신민아, 멋스럽게 맥주를 들이키는 유연석, 탈북 노동자의 돈을 떼먹은 사장 역의 김의성 등 카메오 보는 맛도 있다. 101분. 13일 국내 정식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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