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올해로 21살이 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2014년부터 계속된 잡음과 태풍에 김영란법까지, 생각보다 지독한 성장통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전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를 계기로 영화제의 정체성을 다시 되돌아보고 관객들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15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라크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이 상영됐고, 배우 김민종, 최여진의 진행 아래 뉴커런츠상, 올해의 배우상,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의 시상이 이루어졌다.
올해 뉴커런츠상은 중국 왕수에보 감독의 ‘깨끗한 물속의 칼’, 중국 장치우 감독의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이 선정돼 영광을 누렸다. 올해의 배우상에는 영화 ‘꿈의 제인’의 구교환과 이민지가 호명됐다.
↑ 사진=옥영화 기자 |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해 부산 일대에서 69개국 299편이 상영됐다. 75개국 302편의 영화를 상영했던 작년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한 편이다. 관객 역시 감소했다. 작년에는 22만7377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지만 올해 관객 수는 16만5149명을 기록했다.
총 47개국 742개 업체 1381명이 참석했던 아시아필름마켓은 총 24개국 157개 업체에서 62개의 세일즈 부스를 차렸고, 마켓 스크링은 13개국 42개 업체의 63편이 68회 상영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예산 감소및 BIFCOM의 독자 개최 등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일즈부스는 전년도 수준을 유지, 참가자는 소폭 상승,신규 바이어는 증가했다”라며 “아시아필름마켓은 작년에 이어 E-IP마켓에서 연이은 현장 계약들이 성사됐고, 아시아 국가관, 해외 세일즈사, E-IP 관련업체, 웹툰, 출판사 등 다양한 산업군을 포괄한 엔터테인먼트 토탈 마켓으로써의 가능성을 확장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계속된 논란과 갈등 속에서 영화제 위상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개막 전날부터 태풍 차바의 북상으로 부산시 일대가 피해를 입으면서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겼고, 야외 무대인사가 이루어졌던 해운대 비프 빌리지 무대는 태풍의 직격타로 급히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진행했다.
2014년 당시 영화제 초청작인 ‘다이빙 벨’ 상영 이후 올해까지 지속된 부산시와의 갈등 역시 악재 중 하나였다. 국내외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2년 동안 이어져온 상황에서 영화계 일부는 보이콧을 선언했고, 유명 감독들과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부산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들의 움직임은 썰렁한 영화제라는 느낌을 한층 키웠다. 예년보다 적어진 스타들의 방문은 레드카펫 행사의 화려한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던 것. 여기에 비 소식과 스타, 감독을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는 해운대 무대가 사라지면서 관객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됐다.
↑ 사진=옥영화 기자 |
부대 행사가 다소 줄어들고 관객들의 발길이 이전만 못한 악재 속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는 홀로서기를 무사히 마쳤다. 확 가라앉은 분위기에 ‘반쪽 영화제’라는 혹평도 받았지만 그 안에서 새삼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깨달음과 지금부터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얻게 됐다.
특히 국내 영화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 쟁취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했다. 첫 민간 이사장 체제 하에 치러진 영화제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작가의 새로운 발견,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가치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악재 속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