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든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이 화려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KBS표 청춘사극의 또 한 번의 성공을 알리며 18일 종영한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우여곡절 끝에 궁궐에 입성한 남장여자 홍라온(김유정)과 왕세자 이영(박보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밀도 있게 그려내면서 ‘성균관스캔들’ 등 KBS를 대표하는 청춘사극의 궤적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지난 8월 리우올림픽 폐막 시점에 맞춰 요란하지 않게 출발했다. 첫 방송에서 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무난한 출발을 알렸고, 경쟁 드라마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초반부터 화려한 캐스팅 등으로 총공세를 퍼부은 것과 대비되는 잔잔한 전개를 이어갔지만 놀랍게도 단 3회 만에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MBC ‘몬스터’까지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쥐었다.
상승 곡선은 꾸준히 이어지며 20%에 근접한 시청률까지 무난하게 안착했다. 특히 17일 방송분이 23.3%이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종회차 25% 돌파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역시나 대본, 연출, 배우의 합(合)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궁중 로맨스와 왕실 정치 스토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1, 2회의 경우 로맨틱 코미디 사극 같은 가벼운 전개가 주를 이뤘다면 3회 이후 궁궐 내 정치적인 전개가 본격적으로 그려지면서 결코 가볍게 보기만 할 청춘 사극이 아님을 입증했다. 여기에 이영과 홍라온이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수 밖에 없던 역사적 배경이 드러나며 흥미를 더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와 같은 극 전개에 날개를 달았다. 박보검은 왕세자 이영의 다채로운 감정을 기존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터뜨려가며 호연, 캐릭터를 풍부하게 소화해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따뜻한 눈빛부터 대리청정의 명을 받을 때 보여준 냉철한 패기의 눈빛 등 다양한 감성을 소화하며 다수의 전작에서 다져온 포텐을 제대로 터뜨렸다.
‘누구누구의 아역’ 아닌 극의 중심을 이끄는 단독 캐릭터로 나선 김유정의 활약 또한 돋보였다. 남장여자를 하고 능글맞은 열연을 보여줄 때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통통 튀게 변환시켰으며,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속 사랑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여인의 감성을 표현할 때는 여느 베테랑 못지 않은 열연으로 극을 이끌었다.
이들 뿐 아니라 BA14 진영, 곽동연, 채수빈 등 주요 배역을 소화한 젋은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에 걸맞는 호연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전미선, 천호진, 박철민, 김승수, 장광, 이준혁, 태항호, 안내상 등 다수의 중견 배우들도 사극의 무게중심을 확실히 받쳐줬다.
덕분에 시청률 20% 공약도 기분 좋게 이행하게 됐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드라마 종영 다음날인 19일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팬사인회를 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할 예정이다. 포상 휴가라는 기분 좋은 성과도 따냈다.
마지막까지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의 기로에 서 있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역사와 원작을 그대로 따르는 결말을 맞을지, 혹은 드라마만의 색다른 결말을 맺을 지는 미지수다. 드라마틱한 결말을 위해 제작진은 물론 배우들에게도 결말 함구령이 내려진 탓에 스포일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란으로 상반기 ‘태양의 후예’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자랑한 ‘구르미 그린 달빛’이 연말 시상식에서 어떤 성과를 거둬낼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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