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하석진은 2016년을 매우 치열하게 보내왔다. tvN ‘아이디 레이언’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드라맥스 ‘1%의 모든 것’ 촬영에 임했고, 그와 함께 ‘혼술남녀’ 촬영까지 이어간 것이다. 연이어진 강행군은 3년에 한 번 몸살에 걸릴까 말까할 정도로 건강체질을 자랑하던 하석진에게도 무리였다. 10월에만 두 번이나 몸살로 고생해야 했다.
“5개월 동안 강행군을 진행하고 10월이 되니 시쳇말로 맛이 가더라고요. ‘혼술남녀’에서 등산신을 찍는데, ‘몸이 닳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분간은 쉬면서 회복하려고요. 요즘 사람들이 절 보면서 ‘얼굴이 동글동글해졌다’고 하시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운동은 할 수 없는 가운데 아프지 않으려 하다 보니 계속 먹었거든요. 하하. 사실 치열하게 사는 것도 괴로우면 할 수 없는데, 다행히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즐거웠어요”
‘혼술남녀’를 하기까지이 과정을 ‘긍정적 의미의 치열함’이라고 정의한 하석진은 “제가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진짜 배우가 된 것은 5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치열하게 살게 된 계기·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운이 좋아서 데뷔를 했고, 기회가 닿아서 연기를 했지만 과거에 저는 진짜 프로의식이 없었어요. 데뷔 후 5년은 교만했고 거만했고, 직업의식이 없이 날로 했죠. 그러던 잠이 오지 않던 어느 날 ‘정신 차려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그때부터 연기자로서 정신 차리고 진지하고 반성 있는 자세로 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하석진. 그러한 생각을 하게 만든 특별한 계기라도 있던 것이었을까.
“가장 큰 계기는 나이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은 취직을 해서 밥벌이를 하는데, 이 직업은 돈을 벌 때는 많이 벌지만, 없을 때는 정말 없잖아요. 어느 순간 ‘밥벌이가 끊길 수도 있다’는 생각과 ‘내가 이렇게 행동하다보면 아무도 찾지 않을 수 있겠다’고 싶었죠. 배우는 누군가 나를 찾아줘야 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누군가 나를 찾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더라고요.”
‘혼술남녀’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진정석의 소개팅이었다. ‘1%의 어떤 것’에서 하석진과 호흡을 맞췄던 전소민이 특별출연하면서 코믹연기를 소화했던 것이다. ‘고쓰’ 하석진과 다혈질 4차원 소개팅녀 전소민은 찰떡궁합처럼 코믹연기 호흡을 맞추며 안방극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민씨와 잘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1%의 어떤 것’을 너무 빡빡하게 촬영을 했었거든요. 대본 분량도 말도 안 되게 많았고, 신도 많아서 현장에 도착하면 소민씨와 계속 대사를 맞췄거든요. 그게 다른 현장에 와서도 이어지더라고요. 소민씨의 경우 처음 ‘혼술남녀’ 촬영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걱정하더니 ‘슛’이 들어가자 자마 눈빛이 바뀌더라고요.”
극중 ‘노그래’ 박하나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진정석은 그가 부르짖었던 ‘고퀄리티’ 조건을 자랑하는 여성 전소민과 소개팅을 했지만, 계속 생각나는 박하나를 떨치지 못했고, 결국 그녀에게 “다른 사람 생각나서 더 이상 못 날 거 같네요”고 의사를 밝혔다. 진정석에게 ‘퇴짜’를 맞은 전소민은 순간 돌변하면서 눈앞에 있는 로브스트를 집어 던졌고, 이후 육탄전이 벌어지면서 ‘역대급 소개팅’이 탄생했다.
“재미있게 잘 나와서 다행이기는 한데, 그 신은 사실 연기를 하면서 피를 본 장면이에요. 소민씨 같은 경우 현장에서 물 다 마시고 딱 내려놓는데 유리가 깨져서 피가 났고, 저는 로브스타에 머리를 맞으면서 두피에 살짝 생채기가 생겨 피를 봤죠. 랍스터 다리에 맞아본 적 있으세요? 진짜 아파요. 아프고 비린내도 나서 소품팀을 원망했죠. 만들어줄 수도 있을텐데…심하게 다친 건 아니고 갑각류에 긇힌 건데, 샵에서 샴푸를 하던 도중 머리를 만져주시는 헤어디자이너가 ‘형 피나요’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로브스터 맞는 신을 촬영한 첫 번째 배우라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웃으며 ‘소개팅신’ 비화를 설명하는 하석진에게 박하선으로부터 소개팅 제안을 받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실제 박하선은 ‘혼술남녀’ 제작발표회 당시 “캐스팅 소식이 들리고 저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하더라. 작품 끝나면 소개팅 시켜드려야겠다”고 말한바 있다. 이에 하석진은 “박하선에게 (소개팅)청구는 해 놨다”고 말했다.
“하선씨가 조건을 물어보기에 진정석처럼 ‘서울대 나오고 사자 들어간 직업에 고연봉, 모델스타일’이라고 했더니 ‘재수없다’는 답이 돌아왔어요.(웃음) 진짜 바라는 여성상은 만났을 때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되는 여자, 심심하지 않고 서로 할 이야기 많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물론 외적으로 어떻고 성격은 착했으면 좋겠다는 외적인 이상형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났을 때 할 이야기가 많고, 공유할 수 있는 주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하석진의 다음 스케줄은 아직까지 ‘휴식’이다. 앞으로의 일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한여름에 열심히 일했으니 겨울은 쉬고 싶다는 것이다. 쉬는 기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석진은 피아노 배우기와 영어공부를 꼽았다.
“피아노 배우고 싶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싶어요. 노래를 잘하고 싶거든요. 매니저로부터 ‘복면가왕’ 출연제안을 받게 됐는데, 보컬트레이닝 받고 2년 후 노래를 잘하게 되면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지금은 잘 못하거든요(웃음)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는 악기를 잘 다루고 싶어서이고, 영어를 배우는 건 ‘문제적 남자’ 멤버 중 제가 영어를 제일 못하거든요. 배우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하하.”
에너지가 고갈돼 일단 휴식을 요청한 하석진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치열하게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해했다.
“데뷔 초 저와 같이 일을 했던 배우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