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내 남은 시간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어요. 그것 만이 꿈이에요.”
“내 삶을 진짜로 살고 싶어요. 그건 여자의 사랑. 사랑만이 진짜고, 그렇게 사랑하다 죽고 싶어요”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요. 당신이 너무 좋아서 당신을 믿을 겁니다.”
“고마워요, 당신이 당신인 게.” --극중 남자 주인공 영수의 대사들 中
사랑에 눈이 먼, 세상의 눈 따위는 초월한 순수한 듯 이기적인 이 남녀의 사랑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묘하다. 발칙하다고 해야 할 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 지, 순수하다고 해야 할 지.
볼수록 끌리면서도 마냥 잘 되길 응원하기엔 어딘가 불편하다. 감독의 스캔들과 작품은 별개라지만 이를 완전히 떼놓고 보는 건 역시나 쉽지 않았다.
이때부터다. 영수와 민정의 시간이 제각기 나뉘어 흐르기 시작하는 건. 영수는 민정과 떨어져 있는 시간 내내 방황하고 점점 더 망가져간다. 민정의 집 앞은 물론 직장에도 찾아가고 급기야 헛것을 볼 지경에 이른다. 민정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던 친구들에게 “너무 순수해서 그런다”며 원망 섞인 말을 내뱉으며 괴로워하고, 이 과정에서 민정이 자신의 전부임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반대로 민정의 시간은 복잡하고 또 이상하다. 민정은 영수와 떨어진 사이 두 명의 남자(권해효, 유준상)를 만나 술을 마시고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한 명은 유부남이고, 또 다른 남자은 그냥 영화감독이다. 그녀는 자신을 ‘민정’으로 알고 다가오는 이 남자들에게 ‘민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쌍둥이 자매’ 혹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며 ‘민정’의 존재를 단호히 부정한다.
마침내 다시 만난 두 사람. 영수는 이미 둘 사이를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과 제약들에서 초탈한 상태고, 민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유로운 ‘누군가’다. 영수는 자신이 민정이 아니라고 말하는 민정에게 “무슨 말이냐”는 물음 대신 “상관없어요. 그냥 당신은 당신이에요. 하라는 대로 할게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아니 새롭게 사랑을 나누고 “당신이 당신인 게 고맙다”며 속삭인다.
감독은 진부한 그리고 진화된 각종 장치들을 통해 결국 진실한 관계에 대해 말한다. 진짜 사랑이란 상대에 대해 ‘아느냐 모르냐’는 중요치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의 잣대 역시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아름다운 메시지에 마냥 감동할 수 없는 건, 역시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와의 불륜 스캔들 탓이다. 영화 속에는 두 사람의 스캔들을 연상하게 하는 대사와 설정 등이 곳곳에 숨어있다. 두 인물의 관계를 진정한 사랑의 완성으로
영화는 여전히 홍상수 감독다운 짠내나는 매력을 지녔지만, 홍상수 감독을 향한 바뀌어 버린 시선은 어쩔 수 없다. 감독과는 별개로 작품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느냐,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 영화의 메시지가 어떻게 다가오느냐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11월 10일 개봉. 86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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