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아닌 희망 담은 ‘판도라’, 그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종합)

[MBN스타 최윤나 기자] 지진, 그리고 원전사고까지 마치 대한민국의 앞날을 내다본 것 같이 최근 이슈를 모두 총망라한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판도라’는 현재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꼬집으며 사회를 비판한다는 매력을 갖는다. 동시에 원전사고라는 가상의 사고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판도라’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주연배우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연출을 맡은 박정우 감독이 참석했다.

↑ 사진=김영구 기자

이날 가장 먼저 박정우 감독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영화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한 지진과 원전사고가 벌어진다. 그 재난이 재앙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부모, 형제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라며 “시나리오를 오래 썼다. 이런 영화는 특히 자료 조사나, 사실로 인해 왜곡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다른 영화보다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뽑을 때까지 1년이 걸렸다. 워낙 큰 작업이고 준비할 게 많았다. 촬영하는 데에도 1년 반이 걸렸다. 시작할 때도 예상했지만 모든 것들을 다 제작을 해야 했다. 그래서 후반 작업이 길었다. 외압으로 개봉 시기를 못 잡는 게 아니냐고 했는데, 사실 그런 분위기는 스스로 우리가 예상을 했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그것 때문에 개봉 시기를 정하지 못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주연을 맡은 김남길은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야기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배우 입장에서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기 때문에, 진해 지역에 있는 사투리 선생님에게 사투리를 배웠다”며 “아무리 사투리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런 부분들이 연기를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정진영은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언급했다. 그는 “영화라는 게 반드시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야하는 건 아니다. 시나리오를 받고 생각했을 때 원전에 대한 문제, 심각성 그리고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정보와 관계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생각해봤을 때 이걸 영화화한다는 게 날 흥분시켰다”며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의 영화가 될 거라고 했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갖게 될 것 같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이번 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를 가장 크게 대두시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에 박정우 감독은 “이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때 희망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만드는 건 관객들을 겁주기 위한 상업적인 영화였을 거다. 내가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판단하기에 지금은 그래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재난과는 달리 원전은 사고가 나면 수습이 불가하기 때문에, 되도록 사고가 나는 걸 막는 게 최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국 사건과 관련해서 내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 한 국민으로서는 절망스럽고 ‘이게 나라냐’라는 욕도 나온다. 우리 영화가 관객 분들에게 전달이 되고, 관객 분들이 원자력 발전소에 지금보다 관심을 가져주시면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사진=김영구 기자

이날 마지막으로 정진영은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배우 입장에서 이 영화에 출연해 불이익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자본이 필요해서, 과연 배우나 감독님 제작사보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런 투자를 할 용기가 있을까 우려가 컸다”며 “이번 영화가 NEW에서 투자, 배급을 하는데 ‘변호인’ 이후에 힘든 걸 알고 있지 않냐. 그걸 알고 있어서 걱정을 했다. 작가와 창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불이익을 당할 것을 떠올리는 사회는 정말 못돼먹은 사회다. 그런 일이 오늘날 일어난다는 것에 대해 경천동지할 일이다. 다행히 숨겨진 많은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 사상,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냐”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오는 12월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