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종영③] 그 여자, 공효진 같은 여자 어디 없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여자의 마음을 누가 갈대라고 했던가. 적어도 표나리(공효진)에게 반 이상은 틀린 말이다.
나리는 3년간 짝사랑한 남자 화신(조정석)을 대신해 키 크고 돈 많으며 자상한 남자 정원(고경표)과 사귀기로 했다. 화신이 적극 다리까지 놔줬다. 누구라도 혹할 위치의 사람이지만 표나리는 화신에게 돌아갔다.
SBS 수목극 '질투의 화신'은 남자 주인공 화신이라는 중의적 제목의 또 다른 주인공은 분명 공효진이다. 때로는 찌질하게 또 때로는 과하게 질투하는 남자 화신의 모습을 조정석이 회를 거듭할수록 표출했으나, 공효진 역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향한 질투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뾰로통한 표정의 얼굴이 예쁘지 않아 보이는데 또 예뻐보인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이 되는 이 표현은 공효진이 연기한 캐릭터 때문에 이해가 된다.
공효진은 이번에도 '로코'의 여신으로 시청자들과 통했다. 그동안 보여줬던 캐릭터라 지레짐작하고 기대치를 낮춘 시청자들도 있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또 그렇지가 않았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 나왔다. 물론 유방암 걸린 남자라는 소재를 제대로 잘 써먹은 작가의 탁월한 감각이 돋보였으나 그걸 잘 살린 것 또한 공효진이다. 화신의 유방암 치료를 위해 함께하는 나리에게서 사랑과 헌신이라는 감정을 떠올리지 않은 이는 없었을 것 같다. 그가 펼쳐낸 '양다리 로맨스', 아니 '일편단심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심장을 저격했다.
바보처럼 3년간 한 남자를 짝사랑했고, 여전히 "기자님"이라고 부르는 그가 적극적인 여성상이 아니라는 시선도 있지만, 이건 오히려 남자를 사로잡을 만한 힘이 있는 여성이라고 바꿔 생각할 수 있다. 불임 판단까지 받은 화신의 마음을 돌린 건 나리의 일편단심이다.
정규직을 꿈꾸지만 계약직 기상캐스터가 평생의 꿈인 아나운서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는 어느새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 중심을 잡은 건 표나리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힘들었지만 결국 잡았다.
과거 나리의 매력을 몰랐다며 자책하는 화신에게서 뭔가를 느끼는 남자들도 있지 않았을까. 남자들이여,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
'질투의 화신' 속 정원은 괜히 미안해지는 캐릭터다. 좋은 위치에 있는 남자니 감내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약해 보이기에 마음이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표나리 같은 사랑을 가슴 속에 묻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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