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시소’에서 이동우가 임재신 씨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길을 걷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이동우는 임재신의 발이 되고 임재신은 이동우의 눈이 되어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재신이가 오랫동안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단련이 돼서 저에게도 차분하게 지도를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당황하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또 주변 정리정돈이 잘 돼있는 곳이기도 했고요. 영화에는 안 나왔겠지만, 이대로라면 우리 어디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세상에 모든 길이 이렇게 깨끗하게 닦여 있다면, 또 장애물이나 쓰레기도 없다면 재신이와 나 같은 사람은 지구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이다도시 씨가 한국엔 장애인이 없는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한 게, 한국은 장애인이 나올 수 없게 만들어진 나라라고 해서 굉장히 창피했죠.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오면, 과연 저런 경사면을 다닐 수 있을까 싶어요. 전혀 아니거든요 휠체어가 다니기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어떻게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겠어요.”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직접 장애가 있지 않은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면서 장애인들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 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설치된 많은 편의시설들이 과연 편의시설로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나, 아니면 애초에 만들어질 때 시각장애인에 대한 연구가 있었나 자연스럽게 생각 하게 되더라고요. 휠체어를 타고, 안대를 해보고 직접 다니면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되는데 말이에요. 굉장히 아쉽고, 때로는 화가 나고 슬프기도 해요. 결국 창피해지기도 하고요. 우리가 쓰는 리모콘도 사실은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 진 거 아세요? 그런 것처럼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편의 시설 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과연 장애인들을 위해서만 쓰여 지는 건 아니고, 비장애인도 쓰면서 결국 다 같이 좋은 거거든요. 그런 거에 대한 연구와 발전, 관심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편하게 하기 위함이죠.”
그런 면에서 ‘시소’는 우리가 그동안 어쩌면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상기를 시켜준다. 또 몸이 불편해도 마음만은 꽉 찬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런 부분들이 바로 ‘시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인 인식 개선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인식 자체가 없어요. 장애인에 대한 존재조차 잘 모르는데, 어떻게 인식을 할 것이며 인식이 없는데 뭘 개선을 하겠어요. 그런 게 아니면 창출해내고 만들어 가야하는 거죠. 세상에는 여러 장애가 있어서 그 장애로 고통 받는 장애인들이 많은데 문화콘텐츠에 있어서는 모든 비장애인들이 서슴없이 다가서는 것에 있어서 다큐가 아니더라도 극영화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새롭게 심어줄 수 있는 인식에서 출발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 세상에서 똑같이 살아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게 문화의 힘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8요일’이라는 프랑스 극영화가 있는데, 실제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거든요. 이미 96년도에 누군가는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내놓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예술작품이 끼친 좋은 영향의 선례가 있고요. 우리나라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소’를 보면서 관객 분들의 반응을 보니, 이제 시대가 변해서 취향도 변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짜내기식 눈물이 없어서 정말 좋았다고 하시고요. 저는 이미 구세대가 됐는지 이 변화가 영화의 당사자이면서 놀랍고 그렇더라고요.”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동우와 임재신은 결코 불행해 보인다는 생각을 갖게 하진 않는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삶 또한 불편할 것이라는 모든 사람들의 편견을 깬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우에게 현재 자신의 삶이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죠. 근데 저만큼 행복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은 저에게 시각장애인, 불편해진 사람이라고 말을 하죠. 근데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나서, 저보다 아픈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아픔이 없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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