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친구가 있었기에, 사랑이 있었기에 그 기억이 좋다
대만의 사랑 이야기는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진다. 영화 '카페6'의 첫사랑 이야기도 한국인들이 좋아할 것 같다. 과거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사랑 이야기가 세련되게 표현됐다. 우리의 과거 기억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아 추억에 젖게 하고 미소 짓게 한다.
공부는 뒤에서 1등이라면 서운할 고등학교 3학년생 관민록(동자건)과 소백지(임백굉). 두 친구는 같은 반 심예(안탁령)와 채심(오양니니)을 좋아하고 있다. 각자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은 학창 생활을 즐기다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연인이 된다. 시간이 흘러 대학에 들어간 네 사람. 관민록과 소백지는 같은 대학에 들어갔으나 심예와 채심은 멀리 다른 대학에 다니게 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떨어진 두 사람의 향후 관계는 불확실한 미래라고도 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싫어하는 심예를 위해, 관민록은 그 말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학교 다니면서 밤낮없이 아르바이트 해 타이베이행 기차표 값을 내며 장거리 연애를 이어간다. 매일같이 전화통화를 하고, 비록 멀리 떨어져 있으나 같은 메뉴로 식사하며 마음만은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낸다.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 하지만 돈과 시간, 에너지, 열정 등 모든 것을 쏟아부은 사랑이 어긋나는 건 순간이다. 그 순간은 인생 전체를 흔들어 버린다.
늘 곁에 있는 듯 행동하고 생각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내 곁에 없었다"고 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았을 대의 허탈감. 그리고 다가온 충격적인 아픔. 잃는다는 건 언제가 준비 없이 다가온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나의 소녀시대'를 잇는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풋풋하고 설레는 첫사랑의 감정이 오롯이 영화 속에 담겼다.
관민록과 심예의 사랑 이야기도 좋지만, 민록 곁에 늘 듬직하고 믿을만한 친구 백지가 있다는
후반부 충격적 결말이 관객을 당황스럽게 할 정도지만, 착하고 순수한 주인공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는 당신의 학창시절을 묻는다.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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