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향한 파국의 질주. MBC 새 월화드라마 ‘불야성’이 그리는 이 테마는 기실 한국 드라마 속 흔한 설정이다. 그런데 2016년 11월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국정농단 사태라는 시국에 마주한 이 같은 설정은 새삼 의미심장하다.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불야성’(극본 한지훈/연출 이재동 최준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불야성’은 잠들지 않는 탐욕의 불빛, 그 빛의 주인이 되려는 이들의 치열한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끝이 보이지 않은 부(富)의 꼭대기에 올라서기 위해 권력과 금력의 용광로 속에 뛰어든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욕망의 화신 서이경 역을 맡은 이요원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이전에도 기업 드라마를 했었지만 서이경은 자신의 욕망과 야망을 대놓고 드러내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캐릭터라 굉장히 멋있고 매력적이었다. 자기가 이루고 싶은 걸 다 이루겠다는 의지도 멋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또 서이경을 동경하고 서이경처럼 되고 싶다는 세진까지 나오니까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캐릭터 같다는 욕심이 더 생겼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요원은 “내가 둥글둥글하게 생긴 편이라 스스로 센 캐릭터와는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차가운 면이 많은 것 같다. 그런 면을 좀 더 부각시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인물인데, 나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편이라 그런 쪽으로 캐릭터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그런 서이경을 닮고 싶어 하는 욕망덩어리, 이세진 역을 맡은 유이는 이날 현장에서 이요원의 서이경 바라기임을 자청했다. 유이는 “서 대표님과 첫 촬영 할 때부터 멋있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 느낌을 간직하고 하고 있다”며 “사실 탁이 만날 때보다 서대표 만날 때 더 떨리고 좋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이게 무슨 감정일까 궁금하기도 한데 누군가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게 남자뿐 아니라 좋아하는 선배일 수도 있으니까”라며 “이요원 선배와 촬영할 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진구는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두 여성의 폭주를 막고자 하는 박건우 역을 맡았다. 전작 ‘태양의 후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게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진구는 “물론 부담은 있지만 시청률 생각은 안 하려 한다. 전작이 잘 됐지만 나 하나 때문에 잘 된 게 아니라 너무 좋은 대본과 연출, 훌륭한 배우들이 있기 때문이었다”며 “이번에도 감독님, 대본을 믿고 동료 배우들을 믿으면 좋은 결과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루하루 새로운 뉴스가 등장해 국민을 시름에 잠기게 하는 국정농단 시국, 이 어두운 시국 ‘불야성’만이 지닌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날 진구는 ‘불야성’ 관전 포인트에 대해 “요즘 세상과 빗대어 우리 드라마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으실까 싶다. 그런 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빗대어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연출자 이재동 PD 역시 드라마의 시국 관련성에 대해 “여자가 주인공”이라 눙치면서도 “어두운 정장 입은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라 드리는 말씀”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PD는 “요즘 세상에 빗댄다는 게 사실 여성이 욕심을 드러내는 입장에선 다르지만 소재 부분에서는 비슷한 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정경유착은 사실 요즘 이 건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미 기획되어 있던 이야기인데 하필이면 요즘 비슷한 소재가 화제가 되는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쟁 드라마와 차별화된 매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요원은 현재 월화극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를 언급하며 “워낙 의학드라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지 않나. 워낙 작가님이 잘 쓰시고 배우들이 잘 하시니까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드라마는 차별성이다. 우리 드라마는 시청 타겟층도 넓고, 우리 같은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기 때문에 그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야성’은 냉정과 열정의 화신이자 욕망의 결정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