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①] 영화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자 미래였다(리뷰)

너무나 현실과 닮아있어 무서운 ‘판도라’의 상자

[MBN스타 최윤나 기자] 지진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대한민국에 설치된 원자력발전소까지 영향이 끼쳤다. 원자력발전소가 흔들리면 방사능이 그대로 한반도에 노출되고, 그 방사능으로 인해 사람들은 큰 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재앙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영화 ‘판도라’의 시작은 영화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현실이었다.

영화 ‘연가시’로 대한민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박정우 감독이 이번엔 원자력의 위력을 표현한 ‘판도라’로 미리 보는 대한민국의 재앙을 펼쳐보았다.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이 벌어졌고, 그 일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민낯이 생생하게 까발려졌다. 그 민낯은 처참했고 우리의 예상보다 더 참혹했다. 영화로만 국한시킬 일이 아닌, 정말 언젠간 우리에게 벌어진 일을 스크린에 표현해낸 것이다.

↑ 사진=NEW 제공

‘판도라’는 지진의 여파로 원자력발전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진행된다. ‘겨우’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원자력 발전소는, 강한 지진에 너무나도 쉽게 균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부상당한 채 피폭됐다.

이런 가운데 책임자들의 태도는 현재 대한민국의 태도를 가감 없이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일이 펼쳐졌을 때 가장 책임을 도맡아야 하는 책임자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전혀 지식도 없고, 오히려 윗선에서는 이 일을 쉬쉬하기 바쁘다. 밑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책임자들의 대처를 기다리지만 사실상 원자력 발전소가 폭파해 사상자가 발생할 때까지 되레 이 일이 외부에 알려져 자신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까봐 입을 굳게 다문다.

‘판도라’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정부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사람, 자신의 몸보다 앞으로 닥쳐올 재앙에 대해 대비하려는 사람, 당장의 피해보단 자신의 이익을 좇는 사람 등이 있다. 이 사람들은 영화 속 인물들이 아닌, 사실상 대한민국에 현재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축소판이다.

↑ 사진=NEW 제공

이런 사람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그들의 본모습을 잊게 할 정도로 완벽히 캐릭터에 분했다.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하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그 중 누군가일 수 있으며, 지금은 아니더라도 ‘판도라’를 보면서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판도라’는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은 영화였다. 박정우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했을 당시 현재 대한민국이 이토록 영화와 닮아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기도 하다. ‘판도라’는 우리에게 이 영화로 하여금 대한민국이 영화처럼 될 것인지, 혹은 영화보다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것인지 묻는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서 재앙이 아닌 희망을 택하게 될 지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오는 12월7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