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남자' 가출 청소년 봉길 役
이제 막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배우 이유진(24)은 사극에서 빨간색 도포(곤룡포)를 입고 싶은 꿈이 있다. 데뷔작 '불의 여신 정이'를 통해 사극을 경험했으나 적은 분량이었고 연기의 맛을 알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사극은 배우들에게 어렵다고 하는 장르인데 아직 4년 차에 불과한 그는 왜 사극에 꽂혔을까. 이유진은 "신분 상승의 욕구도 있긴 하다"고 웃으며 "사극은 역사를 재해석한 경우가 많은데 내가 과거의 실존 인물이 될 수 있으니 좋다. 일반 작품은 가상인 경우가 많은데 사극은 좀 더 사실적이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사극을 바란다면서도 다양한 연기 욕심도 내비친 이유진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로 스크린에 데뷔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생 밑바닥에 있는 두 남자가 만나게 되면서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다.
마동석이 예전에는 잘 나갔으나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밑바닥 인생이 된 노래방 악덕 업주 형석 역을, 최민호가 가출 청소년으로 친구들과 함께 사는 의리파 가출팸 리더 진일 역을 맡았다.
이유진은 진일의 친구 봉길로 극 초반 스크린에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는다. 실제 가출 청소년을 데려왔나 할 정도로 신선한 마스크가 눈길을 끈다. 행동과 말투 등등이 특히 현실감 가득하다. 번듯하고 곧게 자란 것 같은 이유진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실제 가출 경험도 없고 일탈과 거리가 먼, 재미없는 10대를 보냈다"는 그는 "가출 청소년들의 심리를 알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주위에 도움을 받아볼까 했는데 딱히 도움받을 사람이 없더라고요. 가출 청소년 다룬 영화와 TV 다큐멘터리 '바람의 학교'를 보면서 이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고민을 했을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민호 형과 영화 속 진일과 봉길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들은 어디서 눈을 뜨고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은 어디서 자고, 밥은 어떻게 해결할까' 등등 이야기를 나눴는데 도움이 됐죠."
이유진은 주인공이 아니기에 영화에서 제대로 봉길이라는 인물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한 컷 한 컷에서 보이는 것으로 봉길의 많은 걸 말해야 했다. "대사로서 설명하기에는 제 장면이 많이 없으니 한 번에 보이는 걸로 해야 하는데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어수룩한 젓가락질과 발음 신경 안 쓰고 대사를 던졌어요. 그런 것들을 제대로 배운 적 없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특히 전 연기자니 항상 대사할 때 발음을 신경 쓰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걸 하지 않았죠."
이유진은 연기자이자 샤이니의 멤버 최민호와 친해진 것도 좋다. "고등학교 때 샤이니 노래가 유행이었는데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처음 형을 봤을 때 신기하고 연예인 보는 느낌이었죠(웃음). 그런 것도 좋았지만 사실 전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진일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나이가 어린데 현실 속 형한테 '우리 친해지자'고 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민호 형이 먼저 손을 내밀더라고요. 만나기 전에는 고민했는데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형이 다가와 줘서 좋았죠."
그는 '마블리' 마동석에 대해 "겉으로 보기에는 우락부락한데 평소에는 유하시고 젠틀하다. 유머러스함도 있다"고 전했다. "선배님이 연기할 때는 굉장히 섬세하시더라고요. 하나하나 알려주셨죠. 저는 계속 맞았는데 맞는 방법을 알려줘서 연기하기 편했어요. 부상은 없었느냐고요? 아마 그렇게 실제로 맞으면 죽겠죠. 이 자리에 없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연습할 때는 힘이 분명히 많이 들어갔는데 마동석 선배가 오버돼 있는 흥분을 손으로 바로 제압하시더라고요. 손끝에서 그게 느껴졌어요."
이유진은 어렸을 때부터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글쓰기, 그림, 음악 등에 소질을 보였다. 배우가 되고 싶은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차곡차곡 계단을 밟고 있는 그는 웹드라마 '달콤 청춘'을 통해 생전 처음으로 팬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제가 뭐라고 여고생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한 고등학생과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그 친구가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인데 오빠가 귀찮으면 안 보낼게요'라고 하더라고요. '괜찮다'고 했어요. 그것 보고 감동했거든요. 제가 뭐라고,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분들도 있구나' 생각하고 고마웠죠."
이유진에게 재미없게 살았던 10대에 대해 다시 물으니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배우를 할 거니 구설에 오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하면 안 되는 걸 하면 내 꿈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란다. 어렸을 때부터 오래도록, 철저히 준비했다는 말이다. 애늙은이 같은 답변일 수도 있지만, 준비된 연기자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는 한 번 더 인터뷰어를 놀라게 했다. "작품에서 저를 보고 '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영향을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