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개편은 없다지만 이토록 요란한 개편도 없을 듯 싶다. 7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S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얘기다.
‘런닝맨’이 개편을 앞두고 암초에 걸렸다. 도대체 화려한 영광을 누렸던 ‘런닝맨’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 2010년 7월 11일, SBS 주말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는 새 프로그램인 ‘런닝맨’을 론칭했다. 유재석을 필두로 지석진, 하하, 김종국, 송지효, 개리, 이광수, 송중기의 8인의 멤버는 낮은 시청률 속에서도 제작진과 시청자를 믿고 열심히도 달렸다.
결국 ‘런닝맨’은 공전의 히트를 치며 아시아권 대표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이광수는 ‘아시아의 프린스’라는 애칭을 얻었고, 타 멤버들도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높은 몸값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는 모두 ‘런닝맨’ 제작진과 멤버들 간의 유대, 그리고 믿음 덕분이었다. 제작진은 가수, 배우 등의 직업을 가진 멤버들이 본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그들의 배려에 부응하듯 멤버들은 더욱 열심히 뛰고 달렸다. 그야말로 ‘런닝맨’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런닝맨’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개편 논의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 존재하던 '예의'라는 두 글자가 실종됐다. 동료가 아니라 갑과 을로 나뉘었고,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이들에게 '런닝맨' 제작진이 보여준 행동은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비상식적인 모습이었다.
개리가 하차 소식을 전한 뒤 ‘런닝맨’의 개편에 대한 내부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2주 전에도 관계자가 ‘런닝맨’ 녹화 현장을 찾아 이들과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년멤버 김종국과 송지효의 하차는 참으로 일방적이고, 예의없이 이뤄졌다. 한 매체는 김종국과 송지효가 ‘런닝맨’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된 시점은 14일, 김종국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2일에 ‘런닝맨’ 측으로부터 하차 사실을 통보 받았다고 한다. 송지효 역시 14일 보도를 통해 하차 사실을 처음 접했다고 알려졌다. 충격적이다.
사실 이들은 14일 오전 하차 사실이 밝혀졌을 때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하차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
적어도 김종국과 송지효는 오래 알고 지낸, 가족같은 ‘런닝맨’에게 예의와 의리를 지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런닝맨’ 제작진은 ‘런닝맨’의 부흥을 이끌었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린, 마지막까지 예의를 지키려고 한 그들에게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던졌던 것이다.
제작진의 하차 통보는 다소 일방적이었지만, ‘런닝맨’과 함께 울고 웃은 멤버들은 제작진을 배려하는 공식입장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예의를 갖췄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해당 사실이 밝혀지며 ‘런닝맨’에 새롭게 합류하기로 논의 중이었던 강호동 역시 출연을 정중하게 고사했다.
좋은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친한 사이일수록, 오래된 사이일수록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그
‘런닝맨’은 어쩔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을 타버린 상태다. 제작진은 예의도 없었고, 그렇다고 세련되지도 못했다. 이미 갑질 논란으로 부메랑을 맞은 ‘런닝맨’이 그 이름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에게 이전과 같은 사랑을 받긴 어려워 보인다.
shiny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