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판세다. 영화 ‘내부자들’로 ‘연기’ 그리고 ‘흥행의 신’으로 더는 오를 곳도 없어 보이는 지점에 이른 이병헌, 그는 극한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며 올해의 영광을 지켜낼 수 있을까.
반면 전작 ‘가려진 시간’으로 불타는 도전 정신은 인정받았으나, 흥행 이력엔 심히 금이 간 강동원은 다시금 반등할 수 있을까. 잠시 정통 로맨스에 도전했다가 씁쓸하게 돌아온 ‘브로맨스 전문’ 김우빈은 낯선 스크린에서도 주특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전을 다룬 영화 ‘마스터’가 오늘(21일) 전격 개봉한다. 세 명의 대세 배우들 역시 새로운 캐릭터로 출사표를 내던졌다.
희대의 사기범, 원네트워크의 진현필 회장을 연기한 이병헌은 제대로 관객 짜증나게 하는 인물이다. 8년 만에 돌아온 악역의 이병헌은 관객을 살 떨리게 하지는 않는다. 악랄하기보다는 사람들 등골 빼먹는 캐릭터라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불법 피라미드 등을 통해 수만 명의 돈을 탈탈 털려고 거짓 눈물을 흘리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재빠르게 캐치해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도 너무나 얄밉다. 이병헌 특유의 연기력이 발현된다.
진현필은 밉긴 한데 웃음을 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내부자들’의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과 비슷한 애드리브 대사가 관객을 빵 터트리게 한다. 긴박한 상황인데 이 쉬어가는 대사들이 웃음을 전한다. “피터김”이라는 인물을 잘못 알아듣고 “뭐? 패티김?”으로 얘기하거나 김우빈에게 “너 양면 테이프야? 왜 여기저기 붙어?”라는 등 쏠쏠한 재미가 있는 대사들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최근 인터뷰에서 “웃을 지점이 있긴 하지만 관객이 진현필에게 친근감을 느끼지 않도록 뱀 같은 느낌으로 관객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고 한 그의 말처럼 친근한 면이 부각되진 않는다. ‘내부자들’의 안상구와 너무나 다른 지점이다. 분명 관객은 이병헌을 욕하고 볼 수 있다.
필리핀 특유 발음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완벽하기보다 “지랄 맞다”는 표현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까지 해서 사람들을 속이고 싶니? 물론 이병헌의 연기 덕이다. 이번에도 이병헌의 연기력은 누구도 깔 수 없다. 흥행면에서도 최근 좋은 활약했다. 밑바닥을 찍고 올라온 그의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극중 수사팀장 김재명을 맡아 데뷔 이래 첫 경찰로 분한 강동원은 어떨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강직한 신념으로 센 상대일수록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김재명은 공명심이 강한 캐릭터다. 으레 이런 영웅적 인물엔 따라 붙는 전사(前史)도 없다. 그저 뼛속까지 정의로운, 기막히게 직업을 잘 선택한 캐릭터다.
강동원은 김재명을 통해 작품 전체를 끌고 나간다. 사방이 온통 개성 넘치는 캐릭터인지라 가장 많은 분량에도 튀진 않는다. “돋보이려는 욕심은 애초에 버렸다”는 그의 고백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다.
김재명을 통해 관객들은 우리가 요즘 잊고 살고 있는 ‘정의’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인 ‘기막힌 통쾌함’ 역시 그를 통해 완성된다.
다만 스마트한 면을 강조하려다 보니 배우 특유의 사투리를 없애고 정확한 표준어를 사용하려다보니 어색한 톤과 발음이 좀 튄다.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비주얼은 안구정화는 되지만 강직한 인물 몰입에는 썩 효과적이지 못하다.
흥행 스코어는 전작을 훨씬 넘어서겠으나, 캐릭터 싱크로율과 궁합 면에서는 오히려 전작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의외의 선방은 아무래도 김우빈이다. 워낙 기대치가 높아 잘 해도 본전인 이병헌, 누가 해도 멋진 역할인데 심지어 강동원이니, 솔직히 (김우빈은) 좀 묻힐 줄 알았다. 실수였다. 두 사람과는 차별화된 경쾌한 색깔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작이었던 정통 멜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는 과도하게 무겁고 진지한 연기가 어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본인의 주전공을 제대로 살렸다.삐딱하면서도 귀엽고, 얄미우면서도 정감 있는, 짠내 나는 박장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것.이병헌의 오른팔이자 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