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방송가를 관통했던 이슈는 바로 ‘100% 사전제작 드라마’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는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촬영과 편집에 공을 들일 수 있고, 배우 및 제작진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등 수 많은 장점을 내세우며 그 시작을 알렸다. 이에 반해 빠르게 변하는 시청자들의 니즈(Needs)나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단점도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는 총 5편의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태양의 후예’로 포문을 연 사전제작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그 가능성이 커보이는 듯하였으나, 연이어 4편의 드라마가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며 100%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이 호흡을 맞춘 ‘태양의 후예’는 올해 2월 24일부터 4월 14일까지 약 2개월 동안 전파를 탔다. 촬영기간은 2015년 6월부터 12월말까지 약 6개월. 해외 로케이션 등을 진행하며 2개월 분량의 작품을 6개월 간 촬영했기에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던 작품이다. 특히 2016년 첫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기에 그 성패는 더욱 중요했다.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담아낸 블록버스터급 휴먼 멜로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찾은 ‘태양의 후예’는 송중기-송혜교라는 톱스타를 내세워 큰 인기몰이를 했고, 두 사람은 ‘송송커플’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진구-김지원 역시 ‘구원커플’로 불리며 ‘송송커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태양의 후예’는 2016년 미니시리즈 최초로 30%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2016년 상반기를 뒤흔들었다. 14.3%의 시청률로 시작해 방송 5주 만인 9회에 30.4%를 기록하며 30%의 마의 벽을 뛰어넘었다. 특히 마지막 회는 거의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인 38.8%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는 ‘태양의 후예’의 후광으로 상당한 기대를 받았다. 아울러 스타작가인 이경희 작가와 김우빈-수지가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성을 다른 여느 작품들보다 높았던 상황.
2015년 11월 첫 촬영을 시작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지난 4월 마지막 촬영을 마치며 약 6개월 간의 촬영기간을 가졌고, 7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초반 12%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진부한 멜로물의 한계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겨울 옷을 입고 촬영을 한 배우들의 모습이 한 여름 무더위가 기승일 때 전파를 타며 “답답해 죽겠다”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국 ‘함부로 애틋하게’는 8.4%라는 아쉬운 성적표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경우는 조금 다른 케이스다. ‘달의 연인’은 2016년 1월부터 약 5개월간 촬영을 진행한 뒤 8월 29일 첫 방송했다. 이준기-아이유(이지은)-강하늘을 필두로 남주혁, EXO(엑소) 백현 등이 출연한 ‘달의 연인’은 중국 인기 소설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라는 점,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투자한 대형 드라마란 점 등으로 인해 큰 관심을 모았다.
‘달의 연인’은 상대작인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선전으로 초반엔 7%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달의 연인’은 ‘구르미 그린 달빛’과의 고독한 싸움에도 꾸준히 시청률 상승을 보이며 마지막회 11.3%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안투라지’…tvN에서도 어려웠던 사전제작 드라마
tvN에서 방송된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와 ‘안투라지’는 상황이 더욱 열악했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 한 것으로 정일우-안재현-박소담이 출연했다. 대표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오글거리지만 재치 있게 풀어냈다.
특히 금토드라마이면서 밤 11시에 방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3.9%, 최저 1.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면만 보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표지만 외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아주 나쁘지 않은 결과다.
‘안투라지’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의 체면을 가장 구겼다. 오는 24일 마지막 방송을 하는 ‘안투라지’는 tvN 1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대작 드라마다. 연예계 뒷이야기를 그려낸 동명의 미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해 만든 ‘안투라지’는 방송계, 연예계의 수많은 스타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며 이슈몰이를 톡톡히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연 ‘안투라지’는 참혹했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스토리, 결국엔 ‘연애패치’라는 악명을 얻으며 ‘안투라지’가 아니라 ‘망투라지’라는 오명을 썼다. 시청률도 1%보다 낮은 시청률로 그야말로 tvN 드라마국에 ‘굴욕’을 안겼다.
2016년 마지막 사전제작 드라마는 ‘화랑’이다. 19일 첫 방송된 ‘화랑’은 방송 최초로 1500년전 신라 화랑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으며 박서준-박형식-고아라-최민호 등이 출연한다는 사실로 큰 화제를 모았다.
동시간대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큰 라이벌이 있지만 ‘화랑’은 7%대의 시청률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화랑’의 예상 시청률에 대해선 나쁘지 않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7년도
앞선 작품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피드백으로 2017년엔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드라마 제작 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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