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대단한 이념 이전에 그저 언론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상식적인 소명을 지키고자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결국 지난 7년을 그렇게 버텨낸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진혁 감독”
현실이 모든 판타지를 압도하는 대한민국이다. 사건은 쉴 새 없이 터진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충격이 뒤통수를 친다. ‘큰 일’이 벌어지면 ‘더 큰 일’이 덮쳐오기 일쑤고 거짓말 같은 일들이 매일 같이 뉴스로 쏟아진다. 그래서 대부분은 잊혀진다. 그다지 중요치 않은 작은 것부터 때론 너무나 중요한 것까지도.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하 '7년', 김진혁 감독)은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수많은 것들 가운데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해직언론인’들의 외로웠던 투쟁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다.
영화는 1980년대 이후 처음 벌어진 언론인 대량 해직사태를 거칠게 담아낸다. YTN과 MBC에서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정권에 의해 진행된 언론장악의 구체적인 과정, 이로 인해 붕괴되는 저널리즘을 날카롭게 재조명한다.
평생을 몸바친 회사가 권력에 의해 망가지는 모습을 견디지 못했던 이들은 공정보도를 위한 최소한을 요구를 했지만 돌아온 건 해직통보 뿐이었다. 바른 말만 하면 이는 곧 보복성 징계로 이어졌고, 이들의 싸움은 우려했던 것보다도 훨씬 길고 또 험난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 그려진 해직언론인들의 실상을 따라가다 보면, 점차 이는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유독 상징성이 강하고 노출이 잘 됐을 뿐, 실은 대단한 공명심이나 타고난 정의감을 지닌 히어로들이 아닌 그저 각자의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존재 이유를 외치고 본대로 아는 대로 말했을 뿐인데 이들은 냉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비단 언론인조차 이러한데 어느 누가 쉽게 바른 말을 하며 나설 수 있겠는가. 영화는 권력을 가진 누군가의 이익에 반한다면 가차없이 억압당하고 위협당하는 현실이기에 지금의 비극이 필연적으로 찾아왔음을 시사한다.
현재 영화에 등장하는 해직언론인들은 아직도 다 복직되지 않았다.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한 언론인들의 싸
오는 12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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