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영화 속에서 정말 못생겨 보이지 않았나요? 찍기 전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화면을 보니까 정말 초췌하더라고요. 그래서 훨씬 좋았어요. 욕심을 내서 꾸미거나 화장을 더 했다면 아마 나중에 후회했을 걸요?”
배우 김하늘이 달라졌다.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 속 계약직 여교사 ‘효주’로 분해 무미건조하고 찌든 일상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 속 발랄한 그는 온데간데없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만이 스크린에 남아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하늘은 여전히 반짝이는 미모를 자랑했다. ‘여교사’ 속 효주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변신’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인가.
“처음에 의상 피팅을 하고 캐릭터를 설정하는데 김태용 감독과 많이 부딪혔어요. 의상을 입고 나오면 감독이 ‘너무 예쁘다’는 거예요. ‘효주’가 선생이라 아무리 찌든 캐릭터라도 단정해야 할텐데, 더 이상 다운시킬 순 없는 거잖아요? 결국 감독과 끝까지 조율했죠.”
여배우로서 생기를 내려놓고 찌든 캐릭터를 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특히나 김하늘은 ‘국민선생’의 타이틀을 지니고 있어 또 한 번 여교사 역을 맡기에는 부담도 있을 법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났어요. 그러면서도 왜 이 역을 내게 주고 싶었는지 감독의 의도가 정말 궁금했죠. 감독을 만났을 당시 역을 꼭 맡겠다는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었는데 ‘TV 속 김하늘을 보고 남들이 보지 못한 면을 발견했다. 그 모습을 꼭 꺼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제야 확신이 들었죠. ‘이 감독과는 함께 효주를 만들어갈 수 있겠구나’하는.”
김태용 감독과 작업은 서로 간극을 줄여가는 과정이었다. 여교사와 남제자인 효주와 재하 사이 감정이 사랑으로 비치는 데에 이견이 있었다고.
“‘효주’는 하나밖에 볼 줄 모르는 답답한 캐릭터예요. 재하에 대해 처음엔 선생으로서 관심일 뿐이었고, 이후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파국으로 치달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랑은 아니라는 거죠. 이런 점에서 감독이 열린 마음으로 내 얘길 많이 들어줬어요. 여자로서 디테일과 감정은 연기하는 사람이 더 잘 알거라고요.”
4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수 5만4,458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9위(6일 기준)에 랭크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터라 아쉬움도 컸다고.
“입소문이 났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는 작은 여성 영화지만 힘이 있거든요. 남성 영화들의 흥행 정도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효주는 내게 있어 아픈 손가락이거든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작품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강하게 묻어났다. 미모를 내려놓고 열등감 가득한 캐릭터에 도전한 이유가 분명했다. ‘로코물’ 여주인공에서 벗어나니 ‘김하늘’ 이름 석 자가 더 빛을 발했다.
“20년 가까이 ‘로코물’로 굉장히 사랑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다른 인물을 연기해도 장르적 특성 때문에 비슷하게 보이더라고요. 캐릭터나 연기적인 폭을 넓히고 싶었죠. 물론 여배우가 영화를 흥행시키기 위해선 로코물이 제일 쉽다고는 하지만, 이런 변화가 제게 꼭 있어야한다고 봐요. ‘김하늘은 예전보다 흥행이 안 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저의 다른 연기 톤에 박수쳐주지 않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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