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연산군 그리고 장녹수. 스크린이나 TV 사극을 통해 수차례 보아 온 역사 속 인물들이다. 그들이 2017년 1월, 환생한다. 백성의 마음을 훔친 도적, 역적이란 이름으로.
오는 30일 첫 방송되는 MBC 새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은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박제된 인물이 아닌 새로운 홍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1500년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 홍길동의 삶을 재조명하는 드라마로,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밀도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김진만 PD는 드라마에 대해 “가족에서 시작해 조선 백성의 마음을 훔친 한 인간의 서사를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획된 지는 오래됐는데, 요즘 우리나라 현실과 닮아 있는 부분이 많아 그 지점도 재미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극 초반을 담당하는 홍길동의 아버지인 ‘씨종’ 아무개 역은 김상중이 맡았다. 김PD는 “드라마의 시작은 아무개다. 역적이라고 하는, 발칙한 제목으로 드라마를 하려 했을 때 드라마의 주제의식은 아무개에게 다 있다. 아무개는 홍길동의 육체적 아버지이고, 백년 뒤에 나타나는 허균의 전생일 수도 있고, 아무개와 허균의 내생이 김상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4회까지는 사실상 아무개 원탑이다. 홍길동의 프리퀄을 4회 안에 담는 데 김상중씨가 꼭 필요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나 ‘어쩌다 어른’을 통해 가져온 이미지의 배우가 아무개를 표현해낸다면 그 안에서 진실어린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컸다”며 “김상중을 캐스팅해서 너무나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시국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의식한 작품이 되지 않을 것도 강조했다. 김상중은 “시국이 그렇다고 해서 시국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줄 수 있는 드라마라 선택했다”며 “전혀 후회되지 않고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개의 정신을 이어받은 그의 아들, 홍길동 역은 최근 주가 상승 중인 윤균상이 맡았다. 윤균상 캐스팅 배경으로 ‘삼시세끼’에서 드러난 그의 순둥순둥하고 순박한 민낯을 꼽은 김PD는 “이같은 느낌이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웅담에 가장 적합한 모습이었다”며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타이틀롤로 활약하게 된 윤균상은 많은 부담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던 감독의 한 마디를 소개했다. 그는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길동이가 드라마에서 점차 성장해나가는데, 인간 윤균상 역시 길동과 같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무서웠던 마음이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홍길동과 대척점에 서게 되는 연산군과 장녹수 역은 김지석과 이하늬가 각각 맡았다. 기존 사극에서 여러 차례 다뤄졌던 인물을 표현해야 하지만 이들 모두 “캐릭터에 대한 재조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장녹수가 비단 기생뿐 아니라 예인이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과도 말씀을 나눴다”며 “누구를 홀리기 위해 춤 출 것인가 보다는 그 심지가 굳건한 여자였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장녹수 캐릭터가 그런 인물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지석 또한 “기존에 알고 있는 광기 어린 희대의 살인마 연산이 아닌, 왜 연산군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을까를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인 것 같다”며 “연산화 된 김지석을 보여드리는 것도 포인트겠지만 김지석화 한 연산을 보여드리는 것도 포인트인 것 같다”
이미 10%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는 SBS ‘피고인’과 KBS ‘화랑’이 포진한 월화극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서는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울림이 있는 메시지와 재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30일 첫 방송.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