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성은 4개월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 못 하는 박정우 검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수감 중인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벌써 많다. 지난 23일부터 시작해 2회가 끝난 SBS 월화극 ’피고인’이다.
백진희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무인도에서 생존하다가 구조된 신입 코디 라봉희 역을 맡아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비행기 추락사고 이후 기억이 없다. 봉희 외에 다른 탑승자 8명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MBC 수목극 ’미싱나인’이다.
두 드라마는 소재와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비교할 만하다. 일단 지성과 백진희 두 주인공의 기본 설정이 기억 상실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특정한 시간의 기억만 없다. 이 설정부터 두 드라마를 흥미롭게 만든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또 지성과 백진희 등 이야기를 풀어가는 두 주인공은 모두 의뭉스럽다. 지성은 24일 방송에서 아들과 아내를 유기했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트렁크를 들고나와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백진희는 25일 방송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으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 듯 행동하고 말했다.
두 드라마의 의사들은 "의학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억을 못 하고 있는 걸 의심하고 있는 상황. 도대체 과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상황인지 다음 회를 빨리 보고 싶다는 시청자 의견이 많다.
지성은 ’미씽나인’의 주변 인물 양동근과도 비교할 수 있다. 사랑하는 동생 윤소희(류원)를 잃은 윤태영 검사 역의 양동근은 이 비행기 추락사고를 파헤칠 것을 예고했다. "동생은 사고가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태영이 봉희를 만나 협력을 부탁했다. ’피고인’의 박정우는 절친이자 동료 검사인 강준혁(오창석)의 도움을 바랐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국선변호사 서은혜(권유리)가 합류할 예정이라 향후 박정우의 진실 게임 찾기에 관심이 쏠린다. 지성과 양동근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각자 다르지만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미씽나인’은 무인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다소 신선한 설정이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또 ’피고인’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범위가 넓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라진 이들의 행방과 숨은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이야기가 기본이지만, 이들의 또 다른 이야기에도 관심을 끌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과거 비밀 혹은 오해들이 하나씩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소희가 공포에 휩싸인 원인은 사람을 죽이는 태호(최태준)을 목격한 때문이었다. 최태준이 첫 번째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이다. 아울러 과거 동료의 자살 사건과 연관이 있는 듯한 서준오(정경호)도 의심할 거리가 많다.
긴장감 넘치는 흥미로운 전개를 펼치는 ’미씽나인’에는 유머와 재미도 있다. 약초를 구하러 떠난 준오가 지뢰를 밟은 상황에서 쏟아지는 말들과 상황은 긴박한 동시에 웃음을 전한다. 티격태격하는 김상호와 태항호의 존재만으로도 유쾌하고, 애드리브 대마왕 오정세의 대사는 하나하나가 웃음 포인트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알려준다. 이런 풍부한 이야기를 개연성 있고, 산만하지 않도록 표현하려면 작가와 PD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 바가 다른 시청자들의 입맛을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 드라마가 아니기에 시청률을 비교하는 건 의미 없지만 현재 ’피고인’은 호평받으며 시청률이 높은 반면, ’미씽 나인’은 마니아층은 좋아하나 시청률은 낮은 편이다. 대진운부터 그리 좋지 않다. 화제작 SBS ’푸른 바다의 전설’과 대결했고, 이후 또 다른 화제작 ’사임당, 빛
우위를 선점했던 ’피고인’은 이제 두 사극을 상대해야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MBC 새 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과 젊은 층에 관심을 받기 시작한 KBS2 ’화랑’이 칼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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