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참가자의 지원 자격은 나이에만 뒀다. 힙합을 좋아하는 청소년은 모두 대상으로 했다. 그들의 과거를 뒷조사는 하지 않았다. 자신이 실수하는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인성이 문제가 됐던 친구는 없었다."
'고등래퍼'를 연출한 고익조 CP는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반인이 출연했던 엠넷 음악 경연프로그램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등에서 그동안 참가자의 과거 행적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단 1회 만에 제작진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날 방송된 '고등래퍼' 서울 강동지역 예선에는 세인트폴국제학교 재학 중인 장용준이 출연했다. 그는 "방송 출연은 싫지만 나를 알리기 위해 나왔다. 계속 가사 실수를 하는 이들이 나오니까 관객들이 지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용준은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였고, 지역 예선 3위로 최종 예선 참가가 결정됐다.
하지만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장용준이 과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음담패설과 '조건만남'을 자주한 듯한 글을 캡쳐한 사진이 올라왔다. 장용준을 둘러싼 논란이 급속도로 퍼져 걷잡을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은 "수신제가를 하지 못한 저를 반성하겠다. 아들 문제 뿐만 아니라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도 참회하는 시간을 가지겠다"며 당 대변인 직과 부산시당위원장직에서 사임했다.
고등래퍼'는 고교 랩 대항전을 내세운 힙합 경연프로그램이다. 청소년의 현실과 입시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열정도 담는다는 계획이었으나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엠넷 경연프로그램에서 반복된 참가자 논란이 이번에도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었다.
그동안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등에서는 참가자가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수배 중이었거나 학내 행실 등이 뒤늦게 문제가 된 바 있다. '고등래퍼'는 SNS 이용 빈도가 높고, 일상에서 잘못된 판단들이 여과없이 논란이 될 수 있는 고등학생들이 참여했다. 사회적으로 비판 받을 행동을 스웨그(자아도취 자유로움 등의 힙합 용어)로 왜곡할 수 있는 최근 힙합신의 문화까지 겹쳐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고등래퍼'는 참가자들을 향한 제작진의 믿음에도 첫 회부터 논란에 발목 잡혔다. 미성년자인 장용준이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게 성적인 글을 보내고, 만남을 제의한 듯한 글은 물론 유력 국회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더해져 파급력은 더욱 거셌다. 해프닝으로 끝내기에는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았다.
제작진이 참가자들의 과거를 일일이 파헤쳐 검증하기에 벅찬 것은 사실이다. 꼼꼼하게 이력을 살핀다고 해도 지원자에 비해 검증할 인원이 한정됐다. 비공개 SNS 글은 사용자와 친구를 맺은 이들만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제작진은 참가자 측근만이 알 수 있는 내용까지 알기는 힘들다.
그러나 제작진은 장용준의 카메라 초점을 맞춘 만큼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그의 과거 언행들을 더욱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다. 무대에 주눅들지 않고, 스윙스 심사위원에게 호평 받은 장용준이 방송 후 화제가 될 것이라는 점은 제작진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한계에도 제작진이 철저하게 검증 작업을 걸쳤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엠넷 경연프로그램은 비판 속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몇몇의 논란이 관심과 화제가 돼 프로그램 이름을 알리는 역할을 해서다. 하지만 장용준의 논란은 미성년자가 조건만남을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화제몰이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준이 중도 하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떠들썩한 논쟁은 수그러들기 쉽지 않다.
양동근 심사위원은 제작발표회에서 "공부만 해서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 썩을 대로 썩었다. 의식 수준이 성장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어떤 것을 롤모델로 삼고 성장해야 하는지를 바라봐야 한다. 멘토들이 도와줄 것이다"고 현재 한국 사회에 일침
'학생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뜻을 함축한 것이지만, '고등래퍼' 첫 회만에 시청자에게 희망보다는 실망을 안겼다. '고등래퍼'는 장용준 논란을 뚫고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다른 프로그램이 휘청거렸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다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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