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다. 공포의 시작은 순식간이다. 준비할 새 없이 빠르다. 러닝타임 내내 계속되는 긴장감으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다음 장면을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소리 없이 위협적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지만 쉽게 답을 얻어낼 순 없다. 충격적인, 그러나 매혹적인 뉴 스릴러의 탄생이다.
영화 ‘23 아이덴티티’에서 할리우드 스타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력은 미쳤다. 이견 없이 최고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무려 23개의 인격을 가진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이름값을 능가하는 놀라운 경지의 연기를 펼친다. 수없이 바뀌는 인격은 그야말로 저마다 하나하나 다른 인물을 보는 듯 흥미롭고 무섭고 귀엽고 불쌍하다. 거부감이 아닌 놀라움의 연속이다.
본체인 ‘케빈’을 포함해 9살 소년 ‘헤드윅’, 결벽증 환자 ‘데니스’, 상상력이 풍부한 인격체 ‘배리’, 유일한 여성 인격체인 ‘패트리샤’ 등 여러 명의 인격체가 수시로 바뀌어 등장한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선하고 누군가는 악하다. 악함 그 이상의 존재도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몇몇은 절대적인 인격체를 불러내기 위해 여주인공 ‘케이시’를 포함한 3명의 10대 소녀를 납치한다.
작품 속에는 극 중심이 되는 ‘소녀들’과 ‘케빈’ 이외에도 많은 장치들을 통해 섬뜩함을 극대화시킨다. 소녀들이 갇혀 있는 공간은 곧 끔찍한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함과 삭막함으로 가득하다. 공간의 모든 곳에는 힌트가 있고, 은연중에 드러나는 이 같은 힌트들은 관객들의 추리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쉴 새 없이 공포에 떨게 만든다.
독특한 소재만으로도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인기 드라마 ‘킬미, 힐미’를 통해 접해 소재 면에서는 낯설지만은 않다. 다만 이를 스릴러로 풀어내는 세련된 방식과 섬뜩한 시선, 상상을 뛰어 넘는 연출이 놀라울 따름이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와 세련되면서도 촘촘한 스토리텔링, 영리하고 독특한 연출이 제대로 합을 이뤘다.
무엇보다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도 어딘가 연민이 생기는 건, 납치 후 벌
오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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