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강연
"인생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아요. 지금이 내 인생의 정점이 아닐까 하네요. 더는 올라갈 일은 없는 것 같은데 내려가더라도 조금은 천천히, 혹시 올라갈 수 있으면 조금이라도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윤제균 감독은 14일 오후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에 초청 강연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인 영화 '공조'의 현재 흥행을 언급, "이렇게 잘 될지 몰랐다. 매일매일 깜짝 놀라고 있다"는 소감도 전했다.
윤 감독은 이날 광고회사 평범한 샐러리맨이 감독으로 데뷔하고 '해운대' '국제시장' 등의 히트 감독까지 될 수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IMF 때 무급 휴직을 한 달 동안 돌아가면서 해야 했는데 내 차례가 됐을 때 골방에서 글을 쓴 게 영화계에서의 첫발"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아마 글을 쓰지 않았을 테고 지금의 윤제균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제균 감독은 1999년 '신혼일기'라는 작품으로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따냈다. 셋방살이를 위해 빚을 낸 걸 갚았던 그는 "3수 해서 대학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던 일"이라고 웃었다. 다시 광고회사로 돌아갔으나 여기저기 소문이 났고 신생 제작사 대표를 만나 전업의 기회를 맞게 됐다.
"시나리오를 쓴 걸 이 대표와 계약했는데 신생 회사이다 보니 감독이 안 구해지고 캐스팅도 안 돼 엎어지게 됐어요. 사람들이 '시나리오 좋다는 소문이 났는데 왜 메이저가 아니고 신생에 팔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이렇게 엎어지게 됐으니 내가 글을 썼으니 연출해보겠다고 했어요. 그게 '두사부일체'였죠."
'두사부일체'는 코미디 영화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이후 내놓은 '색즉시공'도 섹시 코미디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다. 윤 감독은 '색즉시공'에 대한 일화를 잊을 수 없다. "어머니에게 혼자 오시라고 했는데 불교 영화인 줄 알고 친구들을 다 데려오셨더라고요. 그 영화 보고 한 달 동안 서로 말도 안 하고 뻘쭘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하하."
하지만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이후 내놓은 '낭만자객'은 보기 좋게 참패했다. '1번가의 기적'도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해운대'로 1000만 감독이 됐다. 꽃길이 이어진 건 아니다. '7광구'도 욕을 많이 먹으며 막을 내렸다. 하지원이라는 배우를 소비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국제시장'으로 다시 좋은 평가를 받는가 했던 그는 '스파이'로 비난을 받는 등 감독과 제작사로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도 웃는다.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이날 '국제시장'의 수익률을 공개하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제시장' 정산 결과 100억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했다"는 그는 "영화 한 편이 잘되면 한 달 동안 1000억원의 매출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영화는 '하이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상업영화라고 불리는 작품이 100편 정도 개봉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고 짚었다.
윤 감독은 "영화에 투자해주고 콘텐츠에 투자해 주는 분들은 하늘"이라며 "정말 감사하다. 자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또 그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지만 나를 믿고 투자해주는 이들과 관객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고 살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K필름이 만든 영화가 상업적으로 우리나라 영화사 중에서는 독보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편 정도 만들었는데 3편 정도 빼고는 다 손익분기점을
윤 감독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인 1980·90년대를 다룰 '국제시장2'를 만들 계획에 있으며, 한중 합작영화 '쿵푸로봇' 시나리오도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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